오현광(왼쪽에서 둘째)씨 등 청원군 오창지역 농민들이 17일 오후 오창 가곡리 뜰에서 밀 재배에 나섰다.
청원군 젊은 농부들 밀재배 도전…냉해로 첫수확 기대이하
17일 오후 충북 청원군 오창읍 가곡리 앞 뜰에서 40대 젊은 농부 여섯명이 밀 수확을 하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가곡·신평리 일대 5만여㎡(1만5천여평)에 밀을 뿌렸다. 해마다 수요가 줄어 가치가 떨어지는 쌀을 대체할 작물로 밀을 선택한 것이다. 이들은 밀 재배 작목반을 꾸리고, 한 유기농산물 유통단체와 수매 계약을 한 뒤 전북 부안까지 내려가 40㎏짜리 밀씨 40포대를 구해 벼를 벤 논에 파종했다. 이내 싹이 올라 잔디 축구장처럼 장관을 이루면서 주변 학교·유치원 등 견학이 줄을 이을 때까지만 해도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지독한 추위와 ‘원수같은’ 폭설이 되풀이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 밀싹이 생장을 멈춘 채 생기를 잃어갔다. 일부는 냉해를 입었고, 일부는 너무 많은 눈 탓에 배수가 안된 논 때문에 습기피해(습해)를 입었다. 결국 다섯 농부는 4월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밀밭 2만5000여㎡(8천평)를 갈아 엎었다. 벼라도 심기 위해서다.
16~17일 밀 수확에 나섰지만 흥이 나지 않았다. 200평 기준으로 40㎏짜리 4가마 정도를 수확했다. 올해 수확은 130~150가마(650만~750만원 상당)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씨값·거름값·농기계 운용값 등에도 못미쳤다. 오현광(46)씨는 “적어도 200평에서 7~8가마는 나와야 하는데 올해 밀농사는 완전 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실망하지 않고 있다. 오씨는 “우리들의 실험을 지켜본 뒤 밀 농사를 짓겠다는 이들까지 실망해 안타깝지만 얻은 것도 많다”며 “내년, 내후년 또다시 도전해 주변 농민들의 희망이 되겠다”고 말했다.
정재현 충북도 농업기술원 농업연구사는 “충북은 기온의 영향으로 남부권인 옥천 안남면 정도에서 밀을 재배하고 있지만 중부권인 오창에서 밀농사는 이들이 처음”이라며 “올해 가을부터는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 이들의 의미있는 도전에 힘을 보탤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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