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행사서 선물 제공 혐의…“내가 준것 아니다” 부인
6·2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한 문병권 서울 중랑구청장이 선거 24일 전 지역의 한 행사에 참여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중랑구청과 상봉2동 경로당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5월8일 어버이날을 맞아 국민체육진흥공단 경주사업본부 상봉지점이 어렵게 사는 지역 노인들에게 식당에서 음식을 대접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상봉2동 경로당 회원 50여명이 망우동의 한 식당에 모였고, 이들에게는 점심으로 설렁탕과 수육이 제공됐다. 식사 뒤에는 약 3만원짜리 세면용품 선물세트를 받아갔다.
문제는 식사가 시작될 무렵 문 구청장이 상봉2동사무소 직원 3명과 함께 음식점을 방문하면서부터다. 행사에 참석한 노인 ㅇ(74)씨는 “문 구청장이 참석자들에게 ‘많이 드세요, (손가락으로 선물세트를 가리키며) 선물 준비됐으니 가져가십시오’라고 했다”며 “나는 경로당에서 밥 먹으러 가라고 해서 갔는데 문 구청장이 그런 얘기를 하니 문 구청장이 밥을 사고 선물을 주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112조는 지방자치단체가 의례적인 범위 안에서 지역민들에게 식사나 기념품을 제공하는 것은 괜찮지만, 단체장이 주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하는 것은 기부행위로 볼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ㄱ(54)씨는 “선물만 봐서는 누가 줬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문 구청장이 그런 말을 했다면 당연히 문 구청장이 주는 걸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병권 구청장은 “선물을 내가 준 것이 아닌데 어떻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느냐, 절대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행사를 주최한 경주사업본부 상봉지점은 “어버이날 행사는 매년 하는 것이고, 우리가 문 구청장을 초대한 것도 아니었으며, 음식과 선물 모두 우리가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북부지검은 “(문 구청장의 행동이) 의례적인 범주에 드는 것인지 해석하는 데 다툼의 소지가 있는 사건”이라며 “기존 선관위 결정문 등을 토대로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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