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여성, 2년째 1억원 병원기부
“아동·청소년 환자에 도움되길”
“아동·청소년 환자에 도움되길”
“모진 고생을 이겨내고 살아오신 아버지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지난 1일 한 50대 여성이 연세대학교 원주기독병원(병원장 송재만) 사회사업팀 문을 불쑥 열었다. 이 여성은 직원들에게 어려운 이웃들의 치료비로 써달라며 1억원을 내놓았다. 그러곤 이름이나 주소조차 알려주지 않은 채, 아무런 대우나 보답도 필요 없다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 여성은 지난해 9월28일에도 이곳을 찾아 1억원을 익명으로 기부한 바 있다. 당시 사회사업팀 직원들은 연락처를 제대로 알지 못해 예우를 못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병원장 등에게 알렸지만, 이 여성은 “이러실 필요 없다”며 서둘러 사무실을 나갔다고 한다. 다만 그는 “심장병, 소아암, 희귀난치성질환 등 치료가 필요한 아동·청소년을 위해 돈이 잘 쓰였으면 한다. 특히 아파서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뜻을 남겼다고 원주기독병원 쪽은 전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5일 “(1년 만에 또다시 큰돈을 기부한 것이) 너무 고마워서 브이아이피(VIP)용 정기검진권이라도 건네려 했으나 이마저도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라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이 지난해 기부한 1억원은 환자 25명에게 희귀난치성질환과 소아암 치료비, 장애 어린이의 재활치료비로 쓰였다. 병원 쪽은 이번 기부금 역시 원내 진료비 후원 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원주기독병원에서 치료받는 18살 미만 저소득층 환자의 진료비로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병원 쪽은 기부자의 뜻을 존중해 신분이나 신분을 추측할 수 있는 어떤 내용도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 여성은 현재 가족이 미국에 살고 있고 부모님이 계신 한국을 1년에 한차례씩 찾으며, 연세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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