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단 회의때 ‘경찰, 혐의없음’ 강조 유인물 배포 의혹
전북 고창군이 이강수 고창군수의 여직원 성적 괴롭힘(성희롱)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해 ‘혐의없음’이라고 밝힌 사실을 집중 홍보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성적 괴롭힘에 대한 형사법상의 처벌 규정이 미비해 경찰이 이 군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의견을 냈으나, 이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은 검찰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고창군은 ‘전북경찰청이 이 군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했다’는 내용의 경찰 공문과 언론 보도가 앞뒤에 담긴 유인물을 만들어 전북 고창군 곳곳에 뿌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유인물에는 ‘(이 군수의 성희롱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7월13일 강제추행 죄목을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리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유인물을 받은 한 ㅅ면 주민 ㅂ씨는 “한 이장이 26일 면 안의 이장단 회의를 마친 뒤 이 유인물을 마을회관에 놓으라고 줬다”며 “이 이장에게 ‘군수가 여성 공무원을 성희롱한 사실을 모르느냐’고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 ㅂ씨는 “아마도 고창군의 전체 560여곳 마을에 이 유인물을 뿌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이장은 “지난 26일 오전 10시에 우리 면의 이장 24명이 참여한 회의가 끝난 뒤 서류봉투에 담긴 유인물을 받았는데, 아직 마을주민에게까지 나눠 주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5월 성희롱 혐의로 이 군수가 고소당했는데, 법률을 검토한 결과 성희롱은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지 못해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며 “성희롱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주지검 정읍지청도 이 군수가 피해자 김씨를 명예훼손과 선거법 위반으로 맞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현재 이 군수의 성희롱 사실 여부를 수사중이다.
피해자 쪽의 황선철 변호사는 “경찰이 이 군수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송치의견을 냈으나, 이 군수 성희롱 사건에 대한 최종 판단은 검찰에서 하는 것”이라며, “이 군수가 성희롱을 하지 않은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창군 관계자는 “유인물을 뿌린 것은 모르는 일이며, 이 군수는 성희롱과 같은 행위를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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