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소환 앞두고 유서
검찰 “강압수사 없었다”
검찰 “강압수사 없었다”
검찰의 수사를 받던 윤종대(62) 스포원(옛 부산경륜공단) 전 이사장이 검찰의 수사에 불만을 적은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검찰과 경찰, 병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윤 전 이사장은 지난 26일 경남 함안군의 선영 안 부친의 묘소 앞에서 자신의 동생한테 휴대전화로 “선영을 잘 지켜라”라는 문자를 보내고 제초제를 마셨다. 선영 근처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윤 이사장의 동생은 문자를 받고는 선영으로 달려가 신음하고 있던 윤 전 이사장을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윤 전 이사장은 마산 삼성병원에서 위 세척을 받은 뒤 27일 양산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양산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독성이 강한 제초제가 아니어서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며 “지금은 일반 병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으며, 추가 자살 기도를 막기 위해 직원들이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씨는 제초제를 마시기에 앞서 에이4용지 30여장에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자신의 심경을 적어 담당 검사와 허남식 부산시장 등에게 보냈다. 그는 유서에서 “이틀 동안 조사를 받으면서 느꼈던 것은 이미 각본을 짜 놓고 거기에 맞추고 있더군요. 저의 말은 들을 생각을 하지 않고 오직 수사관이 의도하는 곳으로만 몰고가더군요”라고 적었다. 또 “오늘 출두하면 각본대로 짜 맞춰서 구속하려고 하겠지요. 차라리 저는 감옥에 가느니 무덤으로 가겠습니다”며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적었다. 또 9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발을 디딘 뒤 스포원 이사장으로 오르기까지 자신의 공직 경력과 검찰의 혐의 내용을 부인하는 내용도 있었다.
2007년 스포원 이사장에 취임한 그는 3월 퇴임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금정구청장으로 출마하려다 공천을 받지 못했다. 검찰은 개발제한구역인 스포원 안에 야구연습장 등 불법 건축물을 짓고 조경공사를 하면서 3억7400만원의 공사비를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스포원 김아무개(51) 팀장과 공모 또는 묵인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윤 전 이사장을 두 차례 소환했다. 윤 전 이사장은 세 번째 소환을 앞두고 자살을 기도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윤 전 이사장이 구속된 김 팀장과의 대질심문을 연기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자살을 기도한 것 같다”며 “윤 전 이사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한 적이 없으며 강압수사도 없었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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