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가 사업비 100억원을 들여 보존하겠다고 나선 대구 동구 신용동 용진마을의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 대구 동구 제공
대구시, 진입로 개설 등 추진…“사위기업 SK 투자 기대”
시민단체 “비리 얼룩진 전 대통령 위해 혈세 지출” 반발
시민단체 “비리 얼룩진 전 대통령 위해 혈세 지출” 반발
대구시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생가 보존에 나섰다.
시는 그동안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해 2년 전부터 동구청에 생가 관리를 맡겨 왔으나 앞으로 직접 관리를 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여희광 시 기획관리실장은 2일 기자회견을 열어 “노 전 대통령 생가를 기부채납 받아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많은 사람들이 노 전 대통령의 생가를 다녀온 뒤 생가가 방치돼 안타깝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며 “이제 시가 나서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생가로 들어가는 진입로가 좁아 차량 교행이 되지 않는 등 불편이 많아 진입로도 넓히고 주차장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2.3㎞에 이르는 진입로 개설에 87억원, 주차장 조성과 생가 보수 등에 10억원 등 모두 100억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들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시가 갑자기 노 전 대통령의 생가 보존에 나선 것은 또다른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녀 노소영씨의 남편인 에스케이그룹 최태원 회장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현재 미디어 예술 전문기관인 ‘아트센터 나비’의 관장인 노씨를 대구경북과학기술원(디지스트) 특임교수로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 기획실장은 “솔직히 이렇게 하면 에스케이가 대구 지역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지역 시민단체들은 “재임중 비리로 구속 수감된 전직 대통령의 생가 보존에 국민의 혈세를 100억원씩 투입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생가 소유주인 교하 노씨 산동공파 종중에서는 2008년 1월 이미 기부채납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시는 시 예산으로 관리사무소를 지은 뒤 동구 직원이 상주하면서 관광객들을 안내하며 관리하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팔공산 자락인 대구 동구 신용동 용진마을 안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생가는 터 466㎡, 건평 76㎡ 규모로 1987년 취임 직전까지는 모친이 거주했으며, 1992년 퇴임 이후 사실상 버려진 상태로 방치돼 왔다. 지난 6월22일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씨와 아들 재헌씨가 찾아와 생가 앞에 실물 크기의 동상을 세우고 돌아갔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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