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진(55) 서울 서대문구청장
[새 단체장에게 듣는다]
주민들 세족식 통해 초심 각인
주민들 세족식 통해 초심 각인
지난달 1일 취임한 문석진(55·사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취임식에서 주민을 섬기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주민들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했다. 지난달 22일 서대문구청장실에서 만난 문 구청장은 “보여주기가 아니라 임기 첫날의 내 모습을 기억해두고자 일종의 ‘각인’을 한 것”이라며 “초심을 잃지 않고 구정 운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뒤 문 구청장은 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주 1회씩 지역 내 갈등이 있는 현장을 직접 다니고 있다. 흔히 동사무소를 방문하며 동장에게 업무보고를 받는 ‘초도순시’ 개념이 아니다. 지금까지 가재울뉴타운, 북아현뉴타운 등 재개발지역과 불광천 진입 자전거도로 등을 살폈다. 이에 대해 문 구청장은 “지역 탐방은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만나러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구청장은 뉴타운 사업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다. 재개발 현장에 가면 조합에도 비상대책위원회에도 “뉴타운 사업은 실패했다”고 공언할 정도다. 돈 가진 일부만 재개발의 과실을 딸 뿐 원주민의 정착률이 10~20%에 그치고, 중하층 서민은 빈민으로 전락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구청장은 현재 철거가 끝난 가재울뉴타운지역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북아현뉴타운지역에 대해서는 전수조사를 통해 재개발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약 부정적 의견이 많이 나타나면 주민의 뜻을 받들어 사업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 구청장은 “주민의 삶을 위하는 재개발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세 수입은 감소하는데 복지 수요가 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사회적 연대 틀을 만들어 해결해나가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청 예산만으로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기업과 복지시설과 종교기관이 함께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 구청장은 신촌을 ‘차없는 거리’로 만들어 상권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인근의 홍대가 클럽문화 중심이라면, 신촌은 대학이 많은 점을 살려 학구적인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하고, 연세대와 이화여대 등 대학과 세브란스 병원을 연계하고 호텔을 유치해 의료관광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문 구청장은 “서대문구의 큰 역사적 자산이자 상징인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를 ‘독립과 민주의 광장’으로 만들겠다”며 “가을에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민주인사 등을 초청해 축제를 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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