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의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가 촬영된 지난 10일 청주시민 등이 촬영장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충북 청주시 제공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 청주 수동
피란민 모여살던 대표 판자촌
공연·벽화로 잠자던 마을 깨워
드라마 열풍에 주말 5천명 북적
피란민 모여살던 대표 판자촌
공연·벽화로 잠자던 마을 깨워
드라마 열풍에 주말 5천명 북적
충북 청주의 어머니산이라고 불리는 우암산 아래 수동이 있다. 이웃 우암동과 아울러 수암골로도 불린다. 어른들은 ‘달동네’라 하는데, 어린이들은 ‘김탁구 마을’이라고 부른다.
수동은 해방 직후 돌아온 귀향민과 한국전쟁 피란민 등이 뒤섞여 마을을 이뤘다. 어른 한 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골목에 판잣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대표적 달동네요, 빈민가로 꼽혔다. 1970년대에 재개발, 2000년 초 주거환경 개선 사업이 이뤄졌지만 달동네라는 별명은 사라지지 않았다.
2008년 충북민족미술인협회의 이홍원 화백 등이 무표정한 마을 벽에 그림옷을 입히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화백 등은 벽화 50여점을 그린 뒤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공연까지 하면서 잠자던 마을을 깨웠다.
지난해 드라마 <카인과 아벨>(에스비에스)에 이어 최근 방송되고 있는 <제빵왕 김탁구>(한국방송)가 이곳에서 촬영되면서, 마을은 그야말로 전국에 ‘떴다’. 평일에는 1000여명, 주말에는 4000~5000여명이 마을을 찾는다. 윤여정(63) 수동 15통장은 “50여년을 이 마을에서 살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아오기는 처음”이라며 “마을은 생기가 돌지만 많은 관광객 때문에 생활이 불편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해 <카인과 아벨>이 방송된 뒤 주인공 소지섭씨의 일본팬 250명이 수동을 찾았고, 소씨의 팬들은 지난해 11월 수동 주민들에게 연탄 1만1600여장을 선물하기도 했다.
<제빵왕 김탁구>에서 김탁구가 빵을 만드는 곳인 세트장 팔봉제과점은 지난달부터 실제 빵을 팔면서 ‘대박’ 행진을 하고 있다. 이곳에 빵을 공급하는 청주 ㅁ제과는 “단팥빵 등 4가지 빵을 공급하는데 평일에는 날마다 2500~3000개, 주말에는 4000개 이상 팔린다”며 “요즘에는 일손이 달릴 정도”라고 말했다.
청주시는 달동네 주민들의 생활용품 등을 모아 ‘수암골 달동네 박물관’을 만드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김경식 청주대 영화학과 교수는 “수암골은 서민들의 애환과 정겨움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도심 속 영화세트장 같은 곳”이라며 “잘 보존하고 가꾸면 지역의 대표 문화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제빵왕 김탁구〉의 세트장으로 쓰이고 있는 충북 청주시 수동 팔봉제과점. 11일 오후 세트장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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