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화장시설 이용로 차등제도
서울·경기 인구 2천만명인데 화장장은 고작 4곳뿐
2년새 웃돈 부담만 180억원…시설확충 대책 시급
2년새 웃돈 부담만 180억원…시설확충 대책 시급
화장시설이 부족한 서울과 경기 지역 주민들이 수도권 내 다른 지역 화장시설을 이용하느라 더 물게 된 이용료 차액만 최근 2년 동안 1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화장을 선택하는 이들이 빠르게 늘어나는데도 화장시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화장 순서를 기다리느라 장례 기간을 하루 늘려 ‘4일장’을 치르거나 수도권 밖으로 이른바 ‘원정 화장’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19일 사단법인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가 만든 ‘수도권 화장장 사용 추세 분석’ 자료를 보면, 2008년 한 해 서울지역 사망자 3만8298명 가운데 72.2%인 2만7661명이 화장을 선택했다. 같은 기간 경기 지역에선 4만4168명 가운데 3만571명(69.2%), 인천 지역은 1만1366명 중 8857명(77.9%)이 화장을 해, 수도권 평균 화장률은 73.1%에 이르렀다.
그러나 서울 시민 가운데 서울시 화장시설인 경기 고양시 벽제의 서울시립승화원을 이용한 이는 2만524명(74.2%)에 그쳤고, 4792명(17.3%)은 경기·인천 지역 화장시설에서, 나머지 2350명(8.5%)은 수도권을 벗어난 곳에서 화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지역 화장 희망자 가운데 경기 성남시 성남영생관리사업소나 수원시 연화장을 이용한 이는 1만2154명(39.8%)에 불과했다. 두 곳 시설의 화장 능력에 한계가 있는데다, 서울 등의 화장 선택자 상당수가 경기 지역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도권의 상당수 시민이 다른 지방에서 ‘원정 화장’하는 등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현재 수도권 화장시설은 서울시립승화원, 성남영생관리사업소, 수원 연화장, 인천가족공원 등 네 곳뿐이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원성이 잦아지자, 성남시와 수원시는 성남이나 수원 시민이 아니면 30만원을 받던 화장장 이용요금을 2007년과 2008년에 100만원으로 올렸다. 서울시립승화원은 2009년 7월1일부터 다른 지역 주민들의 화장장 이용을 오전 시간대로 제한했다. 그 결과 2008~2009년 두 해 동안 서울과 경기 지역 주민들이 다른 지역 화장장을 이용하느라 이용료로 더 물게 된 돈만 서울 시민 70억원, 경기 도민 110억원 등 모두 1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는 추정했다.
범국민협의회 박태호 정책연구실장은 “화장은 이제 다수 서민들의 주요 장례문화로 자리잡았지만 시설 부족으로 경제적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친서민 정책을 내세운 현 정부가 서민들을 위한 화장장 건립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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