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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청각장애 그녀들, 세상 향해 ‘청아한’ 손길

등록 2010-08-25 22:30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위치한 피부관리숍 ‘청아한 스킨케어’에서 근무하는 엄지수, 공주, 강민정, 김연정, 최미영(왼쪽부터)씨가 23일 업무 전 카메라를 향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경미 기자 <A href="mailto:kmlee@hani.co.kr">kmlee@hani.co.kr</A>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위치한 피부관리숍 ‘청아한 스킨케어’에서 근무하는 엄지수, 공주, 강민정, 김연정, 최미영(왼쪽부터)씨가 23일 업무 전 카메라를 향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복지관 교육 받고 모래내서 ‘청아한 스킨케어’ 개업
‘청각장애인여성의 아름다운 한걸음’ 의미 지녀
“후배들 길 터주고 노인들에 봉사하며 일하고파”
서울 서대문 모래내시장 근처에는 ‘청아한 스킨케어’라는 아담한 피부관리실이 있다. 겉으로 보면 여느 피부관리실과 다를 게 없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5명의 젊은 여성들이 모두 청각장애인이라는 점은 이 가게만의 특징이다.

23일 엄지수(19)·공주(23)·강민정(31)·김연정(24)·최미영(28)씨가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서울시립 서대문농아인복지관의 공고문을 보고 지원해 1년간 교육을 받고 피부미용관리사 자격증을 딴 뒤 지난 7월9일부터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서울시립 서대문농아인복지관은 청각장애인들이 가진 감각적인 손기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찾다 피부미용관리사가 적합하겠다고 판단해, 지난해 7월부터 1년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0여명이 교육에 참여했지만 몇명은 중간에 그만두고 이들 5명이 고된 훈련과 실습을 마쳤다. 다행히 서울시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복지관의 도움을 받아 이들이 일할 가게도 차릴 수 있었다. ‘청아한’이라는 가게 이름에는 ‘맑고 아름답다’는 뜻도 있지만, ‘청각장애인여성의 아름다운 한걸음’이라는 담고 싶은 참뜻도 실었다.

이곳에선 비장애인 손님과 청각장애인 직원들이 원활히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복지관 직원이 매니저로 일한다. 손님들도 피부 관리를 받기 전에 몇가지 수화를 배워 직원들과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도 있다.

이들에게 피부미용관리사는 한마디로 ‘블루오션’이다. 청각장애인들은 대개 공장에서 단순 노동을 하지만, 자립하는 데는 버거웠다. 그러나 피부미용관리사는 비장애인보다 뛰어난 손감각을 활용해 평생직업으로 삼을 수 있어 자립을 꿈꾸는 장애인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김연정씨도 5년 전 농아학교를 졸업한 뒤 다른 장애인 친구들처럼 휴대전화 부품을 조립하는 공장에 취직했다. 8시간 2교대 근무에 잔업까지 하느라 거의 하루를 공장에서 보냈다. 회사가 부도나 직장을 잃은 뒤엔 음식점 등에서 청소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뒤 평생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다녔고, 서울시립 서대문농아인복지관이 피부미용관리사 교육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자 ‘천직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비장애인들 속에서 혼자 청소만 하면서 외로움을 느꼈다는 김씨는 “장애가 있어도 비장애인들을 손님으로 대하고 그들에게 피부관리를 해줄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곳에 모인 5명은 모두 비슷한 사연을 안고 있다. 가장 나이가 많은 강민정씨도 여러 직장을 거치다 보니 나이가 들어 취업이 더 어려워져 걱정이 많았는데, 이 일은 나이 제한 없이도 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최미영씨도 “그동안 뚜렷한 목표을 세우기가 어려웠지만 이 일을 하고부터는 성공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이제 겨우 한걸음을 내디딘 이들은 벌써부터 후배 청각장애인들에게 자신들이 배운 일을 가르쳐 주고, 노인들에게 마사지 봉사를 하면서 돕고 싶다는 포부를 말한다. 유상희 매니저는 “피부관리실을 많이 다녀본 손님들도 이들이 정성스럽게 관리해 주는 데 감동받는다”며 “앞으로 명동이나 강남에도 점포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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