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
[새 단체장에게 듣는다]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
“주변 환경과 조화 이룬 명품도시로”
“주변 환경과 조화 이룬 명품도시로”
보통 단체장은 자신의 치적을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벌이거나 눈에 잘 띄는 정책을 추진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난 26일 만난 김영종(57·사진) 서울 종로구청장은 그런 ‘욕심’이 없어 보였다. 김 구청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취임 인터뷰에서 “기본을 중요시하고, 작은 것부터 챙겨서 ‘사람들이 살기 좋아 저절로 찾아오는’ 종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건축가 출신인 김 구청장은 최근 강조되는 ‘도시디자인’에 대해서도 남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디자인은 예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적인 예로 최근 공원에 있는 벤치에 노숙자 등 사람이 눕지 못하도록 설치된 중간턱을 없애라고 지시했다. “벤치에서 좀 누우면 안 됩니까? 사랑하는 연인, 할머니와 손자가 다정하게 앉을 수도 없어요. 벤치에 중간턱을 설치하겠다는 발상은 정말로 비인간적입니다.”
경사가 심한 지역이나 계단이 가파른 곳에는 중간에 쉼터를 만들어 주민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도 김 구청장 특유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아이디어다.
김 구청장은 도심의 공기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먼지 없는 종로구를 만들기 위해 매일 물청소를 하도록 지시하고 있다고 한다. 공기와 주변환경을 깨끗이 하는 것이 건강한 도심을 만드는 기본이라는 뜻에서다.
이 외에도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같은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청와대 인근에 문화시설이 겸비된 장애인복지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근처 신교동에 서울맹학교와 서울농학교가 있는데, 종로구에는 그들을 위한 복지관이 하나도 없어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도심지라는 종로의 특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구립도서관도 확충해, 어린이·청소년들을 위한 도서관을 권역별로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김 구청장은 종로구가 인증기관으로부터 ‘안전인증’을 받아 ‘안전한 도시’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복도나 화장실 건물 내부에 미끄럼 방지시설을 설치해 노인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하거나, 차도에 내려가지 못하도록 인도를 따라 길게 쳐놓은 안전펜스 중간에 길을 터놓아 사람들이 부딪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문화재가 많은 종로에 어울리는 건물이나 거리 조성을 위해 의견을 구하는 ‘도시공간예술위원회’도 둘 계획이다. 김 구청장은 “값이 나가고 겉보기에 훌륭한 모습이 아니라, 작은 불편도 없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살기좋은 아름다운 도시가 진짜 명품도시”라며 “종로를 그런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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