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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끝나지 않는 화성연쇄사건의 ‘숨은 비극’

등록 2010-09-12 18:46

17년전 정신질환 재미교포 “신의 계시”라며 제보
누명쓴 주민 강압수사 후유증 숨져…배상판결
아직도 인터넷서 모함…유족들, 명예훼손 고소
부녀자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마지막 사건이 발생한 지 올해로 19년째, 세상 사람들에게는 잊혀져가고 있지만 오아무개(58·경기 수원시)씨 가족에게는 아직껏 살아 꿈틀대는 ‘악몽’이다.

오씨의 남편 김아무개(당시 41살)씨는 1993년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몰려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에 결백을 주장하던 김씨는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석달 남짓 경찰 강압 수사에 시달려야 했다. 경찰은 재미 동포 김아무개(65)씨가 ‘꿈 속에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김아무개라는 이름을 봤고 이것은 분명 신의 계시다’라며 김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것을 근거로 자백을 강요했다. 그러나 나중에 제보자 김씨의 정신감정 결과, 정신병의 일종인 편집증세로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자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한 바 있다. 법원도 김씨가 1996년 수사 과정의 불법 행위를 두고 경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김씨에게 38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지만, 이미 그의 가정은 풍비박산난 뒤였다.

경찰의 불법 수사 후유증에 시달린 채 4년째 술로 지새던 김씨는 1997년 숨졌다. 남은 10대 세 자녀의 생계를 떠맡은 채 힘겹게 살아온 오씨는 이제 또다시 ‘화성의 악몽’으로 고통받고 있다. 제보자 김씨가 2005년 인터넷 카페를 열어, 숨진 김씨의 이름만 바꾼 채 “연쇄살인범은 죽은 김씨이고 부인이 남편을 독살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자신의 카페에다 당시 숨진 김씨의 사진 등이 실린 신문기사들을 버젓이 올렸다.

이 카페는 현재 회원이 2만3천여명에 이르고 운영자 김씨의 주장을 옹호하는 댓글도 올라오곤 한다. 더구나 재미 동포 김씨는 숨진 김씨가 진범이라고 주장하는 책을 내 판매하고 동영상 제작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최근 알게 된 오씨는 지난 10일 <한겨레>와 만나 “착하고 여린 남편을 범인으로 제보해 불법 수사 충격으로 죽게 하더니, 이제는 책 팔아 돈 챙기느라 남은 가족에게 살인 누명까지 씌우냐”며 눈물지었다.

오씨와 이제 30대로 성장한 오씨의 아들 등은 올해 초 재미 동포 김씨를 수원지검에 사자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어 대한변호사협회 법률구조재단 도움을 받아, 지난 7일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상대로 김씨의 인터넷 카페를 폐쇄하라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법무법인 다산의 김칠준 변호사는 “재미 동포 김씨가 책과 인터넷에서 숨진 김씨의 이름을 바꿔 올리긴 했으나, 실제 사건 당시의 사진이 실린 신문기사들을 숱하게 인용하는 등 누가 봐도 숨진 김씨라는 사실이 특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지검은 “피의자인 재미 동포 김씨가 1996년 이후 입국한 사실이 없어 기소 중지한 상태”라고 밝혔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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