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커피’를 아시나요

경기 평택시 평택시청 송탄출장소에 들어선 커피전문점 ‘위드 커피’에서 지적 장애를 지녔지만 자립 꿈을 일궈가는 정해철군(가운데) 등이 사회복지사 정유해씨(맨 오른쪽)와 함께 손님에게 건넬 커피를 잔에 따르고 있다.

장애우·취약계층 홀로서기 디딤돌

“해철이는 아메리카노, 여진씨는 얼음 준비하고요.”

지난 15일 오후 5시께, 경기 평택시 서정동 평택시청 송탄출장소 뒤쪽 가건물 1층에 들어선 커피전문점 ‘위드 커피’(With Coffee) 안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손님한테 주문을 받은 사회복지사 정유해(43)씨가 주문 품목을 알려주자, 앞치마를 두른 정해철(19)군이 능숙한 솜씨로 커피를 그라인더에 넣고 얇게 분쇄한 뒤 커피를 추출해낸다. 그사이 옆에 있던 송여진(22)씨가 손님이 마실 잔에 얼음을 채워 올려놓는다.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정군이 긴장된 모습으로 손님 테이블에 커피를 내려놓는다. 정군도, 송씨도 지적 장애를 지닌 이들이다.

위드 커피는 장애인이나 취약계층 여성 등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의 하나로 지난 8월 문을 열었다. 앞서 위드 커피 1호점은 평택시청에 한 달 일찍 문을 열었다.

송탄출장소 위드 커피에는 모두 5명의 지적 장애인이 하루에 3~4시간씩 번갈아 일한다. 하루 100여명의 손님들에게 커피를 파는 것에서 나아가, 본격적 사회 진출을 앞둔 지적 장애인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디딤돌’ 구실을 하고 있다.

문을 연 지 한 달 남짓, 은행에 갔다가도 잔돈을 교환하지 못한 채 되돌아오곤 했던 송씨는 이제 어엿하게 혼자서도 잔돈을 잘 바꿔온다. 앞치마 끈을 혼자 매지 못했던 정군은 출근하면 앞치마를 스스로 잘 두른다. “장래 훌륭한 바리스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복지사 정씨의 칭찬에 고교 졸업을 앞둔 정군은 “선생님, 제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라며 얼굴을 붉힌다.

자폐증세가 있는 이아무개(30)씨는 퇴근 시간에 ‘10분만 더 일을 도와주고 가요’라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고립무원’의 외로움에 갇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 정씨는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스스로의 힘으로 설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위드 커피는 장애인 친구들이 일반인들과 사귀고, 그래서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평택시 민생안전추진단 직원 노승희씨는 “장애인, 노인, 취약계층 여성들에게 창업 기회를 주고 자립하도록 돕고 있다”며 “어려운 이들을 단순히 돕는 시혜성 복지가 아니라, 스스로 자립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생산적 복지를 조금씩 더 넓혀가겠다”고 말했다.

평택/글·사진 홍용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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