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화재 발화지점 스프링클러 없고
소방차·사다리도 12층이상 손 못써
소방차·사다리도 12층이상 손 못써
부산 해운대 바닷가 37층 우신골든스위트 아파트 화재 사고는 전국에 늘어만 가는 고층 건물들이 크고 작은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줘, 많은 이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고가사다리를 장착한 소방차, 무인 방수탑차 등 수십대를 동원했지만, 건물 꼭대기까지 치솟은 불길을 잡는 데는 무력했다. 고가사다리는 12층 높이, 방수탑차는 6층 높이까지만 닿을 수 있고, 주상복합아파트여서 툭 튀어나온 1~4층 건물구조 때문에 발화지점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고층 건물의 화재는 초기에 불을 잡지 못하면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손을 쓰지 못한 것이다.
겨우 헬기 5대가 출동해서야 37층 꼭대기와 옥상의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다수 주민이 옥상에 대피했더라면 자칫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
큰불을 잡는 데 2시간 넘게, 완전 진화까지 7시간 넘게 걸릴 만큼 대형 화재로 커진 것은, 최근 도심에 들어서는 현대식 건물들이 마천루처럼 초고층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소방 장비 등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실정에서 이미 예견돼왔다. 소방서 관계자는 “고가사다리 길이를 더 늘릴 수도 있지만 소방관이 되레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 현재로선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소방안전 규정은 허술했다. 발화지점인 4층 쓰레기 분리수거장은 소각장은 아니지만 불이 나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큰 곳인데도,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고층 아파트는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불이 난 아파트 4층 일부 공간에는 주거·업무와는 무관한 시설만 있다는 등의 이유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더구나 요즘 짓는 초고층 건물들은 비싼 이미지를 꾸미려고 외벽에 열에 약한 알루미늄 패널 같은 외장재와 페인트를 쓰는 추세인데도, 이에 대비하는 소방 안전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또 우신골든스위트 같은 주상복합아파트는 주거 전용 아파트보다 화재에 취약한 구조를 지녔다. 창문을 활짝 열 수가 없는데다, 발코니도 없어 대피할 공간이 없다. 화재 때 신선한 공기를 공급받을 공간으로 대피하기도, 유독가스가 밖으로 빠져나가기도 어려운 것이다. 이 때문에 주상복합아파트 입주민들은 일본처럼 의무적으로 발코니 공간을 두도록 하고 창문도 활짝 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군식 부산대 건축공학과 연구원(공학박사)은 “초고층 건물은 근본적으로 안전성이 허약하므로 초기 화재 진압과 스프링클러나 열 감지기 등 소방시설의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더구나 화재가 난 곳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면 관련 법규를 선진국 수준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층 건물이 가장 밀집해 있는 서울에는 31층 이상 아파트 76곳 외에, 주상복합 건물은 △31~40층 84곳 △41~50층 26곳 △51~60층 7곳 △61층 이상 3곳 등 모두 200여곳에 이른다. 소방방재청의 ‘전국 11층 이상 고층건축물 현황’ 자료를 보면, 아파트와 복합건축물 등을 포함해 전국의 11층 이상 고층 건물은 8만3725곳으로 집계돼 있다. 부산/김광수, 김경욱 기자 kskim@hani.co.kr
고층 건물이 가장 밀집해 있는 서울에는 31층 이상 아파트 76곳 외에, 주상복합 건물은 △31~40층 84곳 △41~50층 26곳 △51~60층 7곳 △61층 이상 3곳 등 모두 200여곳에 이른다. 소방방재청의 ‘전국 11층 이상 고층건축물 현황’ 자료를 보면, 아파트와 복합건축물 등을 포함해 전국의 11층 이상 고층 건물은 8만3725곳으로 집계돼 있다. 부산/김광수, 김경욱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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