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층 존재여부 대부분 몰라
“피난층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요.”
3일 낮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초고층 아파트. 40층짜리 6개 동으로 이뤄진 이 아파트는 건물 외벽이 대리석 외장재로 감싸여 있었다. 단지 한가운데로는 큰길이 있었지만, 각 동에 접근하는 진입로는 나무를 심은 정원과 벤치 사이로 좁게 나 있어서, 소방차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 보였다.
20층에 살고 있는 주민 홍아무개(40)씨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피난층이 있는지를 묻자 “잘 모른다”고 했다. 홍씨는 “그동안엔 내가 사는 집이 불안하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부산 초고층 아파트 화재 사건 뒤로는 집 안에 있는 소화기가 잘 작동되는지 점검했다”며 “걱정되지만 다른 곳으로 이사갈 수도 없지 않고 딱히 어떻게 할 도리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지난 1일 부산에서 초고층 아파트 화재 사건이 난 뒤로 초고층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 일부는 불안하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주민들은 “승강기 옆에 있는 문으로 화재를 차단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막연하게 대답했다.
홍씨 말고도 이 아파트 다른 주민들은 대체로 피난층이 있는지 여부를 모르고 있거나, 피난층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주민 김아무개(56)씨는 “주거 전용인 아파트 건물 4개 동에는 피난층이 없다”고 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쪽은 “피난층은 있다”고만 할 뿐, 몇 층에 있는지 등 자세한 설명은 피했다. 다른 주민은 오피스텔 건물인 2개 동에만 피난층이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소방서에서 보유하고 있는 사다리차는 기껏해야 12~15층까지 닿기 때문에, 이런 고층 아파트에서 불이 나면 각 층에 설치된 소화전을 연결해 진화 작업을 벌여야 한다. 30층에서 불이 나면 소방대원들이 가장 가까운 아래층까지 올라가 불을 꺼야 하는 구조다.
한 소방서 관계자는 “고층에서 불이 나면 현장에 빨리 도착하더라도 발화 지점까지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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