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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분 수업 30분 휴식? 혁신학교 가보니

등록 2010-10-10 19:54수정 2010-10-14 19:21

혁신학교로 지정된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구름산초등학교 2학년 2반 학생들이 지난 5일 오전 연극수업 시간에 표현력을 키워주려는 교사의 안내에 따라 ‘스스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이름’을 저마다 만들어보고 있다.  광명/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혁신학교로 지정된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구름산초등학교 2학년 2반 학생들이 지난 5일 오전 연극수업 시간에 표현력을 키워주려는 교사의 안내에 따라 ‘스스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이름’을 저마다 만들어보고 있다. 광명/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학생 능동적 참여 이끌려 ‘80분 수업-30분 휴식’
토론 활발·교사 수업연구 충실…만족도 높아
공교육 대안 기대속 전입생 급증 정원 갑절로
광명 구름산초등학교 가보니

“학원들이 몰려 있고 학군 좋다는 서울 강남에서만 아파트 값이 뛰라는 법 있나요?”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새도시 안에 들어선 구름산초등학교 인근 ㄱ부동산의 엄아무개(53)씨는 “학교 개교 전에는 38평에 1억7천만원이던 전셋값이 지금 2억3천만원까지 올랐고, 매매 때 따로 프리미엄 1억원은 보통”이라고 말했다. 인구밀도가 높기로는 전국 5위이고 아이들 학원만큼은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서울 목동까지 보낸다는 광명시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지난 5일 아침 8시 무렵, 이 학교 운동장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50명 남짓한 초등학생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함성이 교정에 가득했다. 수업 시작하기 전 잠깐 뛰어노는가 했더니, 아니다. 특기적성 수업이란다. 아이들이 원해서 방과후가 아니라 정규 수업 이전으로 옮겼다고 했다.

오전 9시 종이 울렸다. 6학년 2반 국어 수업 시간. 학생 26명이 3~4명씩 모둠 지어 앉아 우리나라의 물 부족 현상에 대한 글을 읽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시골 우물 이야기에서부터 지하수가 흐르는 원리, 물을 아껴 쓰는 습관으로 대화가 이어진다. ‘브레인스토밍’처럼 대화는 이리저리 자유롭다. 아이들은 자기 생각을 말하는 데 망설임이 없고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쉬지 않고 말을 건넨다.

홍명희(33) 담임교사는 “교과서 지문에 얽매이지 않고, 주제를 일상생활과 사회 모습 등에 연관지어 설명하고 아이들에게서 이야기를 끄집어낸다”고 말했다.

옆 6학년 3반은 체육 수업 시간. 씨름의 기술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익히고 있었다. 선생님은 3반이 아니라 4반 담임 교사다. 이 학교의 특징인 ‘교환수업’이다. 특정 과목을 한 선생님이 맡아 반을 돌아가며 가르치다 보니, 과목마다 선생님이 다르다. 장재성 교장은 “수업 방식도 바꾸고, 교실도 바꾸고, 그래서 학교를 바꿔 무너진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게 혁신학교 취지”라고 말했다.

6·2 지방선거로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취임한 경기·서울·강원·전남·전북 등 시·도교육청 5곳이 다양한 이름의 ‘혁신학교’를 추진하고 나섰다. 11월 취임할 광주시교육감도 혁신학교를 4곳 지정할 계획이다. 지금은 경기 43곳이 지정됐고 전남에선 8곳이 시범 운영중인데, 2014년엔 600곳 넘게 탄생할 전망이다. 혁신학교란 정부나 교육청이 지시하는 하향식이 아니라, 오히려 ‘밑에서 위로 나아가는’ 상향식의 개혁학교 모델이다.

구름산초등학교 안에는 다시 ‘6개의 학교’가 있다. 학교는 교육 방향 같은 큰 틀만 정하고, 구체적 수업 내용은 학년별로 교사들이 학생·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는 ‘작은 학교’처럼 운영하는 것이다. 수업 두 교시를 묶어 80분 수업하고, 쉬는 시간도 30분으로 더 길다. 2학기제 대신, 8주씩 4학기제로 운영한다.

양영희 교육기획팀장은 “40분 수업으로는 아이들의 능동적 참여를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대신 쉬는 시간을 넉넉히 줘, 수업도 휴식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9월에 전학온 이예린(12)양은 “전에는 공식을 외우도록만 해서 힘들었는데, 지금은 수업시간이 길어 공식이 만들어진 과정을 이해할 때까지 배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시도는 학교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와 소통 가운데 계획되고 결정된다고 했다. 학교를 교사 중심에서 학생 중심으로, 권위적인 중앙집권적 학교 구조를 민주적 수평구조로 바꾸려는 구상이 깔려 있는 것이다. 김국회 경기도교육청 장학관은 “교육개혁의 모범으로 꼽히는 핀란드 사례를 먼 나라 이야기로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교사들로선 수업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커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교사들의 관심은 더 뜨겁다.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혁신학교 기초과정 연수’ 지원자를 접수했다. 지역별로 20~30명쯤 예상했는데 안성은 60명, 부천은 무려 300명가량이 몰려 깜짝 놀랐다고 한 장학사는 전했다.

구름산초교 2학년생 자녀를 둔 이주희(38)씨는 “얼마 전 수업을 참관해보니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토론하는 게 좋았고, 무엇보다 선생님들이 수업 연구를 많이 해온 모습에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이런 소문은 빠르게 번졌다.

올해 3월 개교 당시 27개 학급, 570명이던 구름산초등학교는 전입 학생이 급증해 지금은 34개 학급 1030명으로 갑절가량 늘었다. 한승덕 경기도교육청 학교혁신과장은 “공교육의 변화를 바라는 학부모, 교사, 주민들의 절절한 욕구에서 비롯된 만큼 혁신학교가 공교육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숭희 서울대 교수(교육학)는 “공교육을 혁신한다고 특별한 사례를 만드는 것에만 그쳐서는 다른 일반 학교들에 무력감을 줄 수 있다”며 “보편적인 학교체제 혁신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광명 수원/이경미 홍용덕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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