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교육감 6명, 무상급식·인권조례 등 변화 주도
정부·지자체와 갈등 숙제…학교서도 체감 온도차
정부·지자체와 갈등 숙제…학교서도 체감 온도차
지난 2일 오전 10시께 강원 강릉시 강일여고 체육관. 17살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한 이 학교 출신 축구대표 학생의 환영행사가 열렸다. 인근의 워크숍에 참석한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이 학교를 ‘깜짝’ 방문했다. 교육감을 알아본 학생들은 ‘마치 아이돌 그룹이라도 온 듯’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교육청 홍보관에 있는 교육감 사진과 치적 등을 없애고 학생과 교사들의 사진으로 바꿨다.
6·2 지방선거로 주민 직선 교육감들이 취임하면서 공고한 ‘성’처럼 보였던 교육계에 새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탈권위와 소통, 공교육 부활이 그것이다. 진원지는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등장한 서울·경기·강원·전북·전남 등 5개 시·도교육청이다. 11월8일 취임할 진보 성향 장휘국 광주시교육감도 채비를 하는 모양새다.
무상급식은 대세가 되고 있고, 건국 이래 처음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일제 강점기 이래 통제 중심의 학교 문화를 바꾸는 기폭제가 될 것 같다.
혁신학교는 공교육을 되살릴 시험대로서 시선을 당기고 있다. 지난 100일을 두고, 경기 수원시 한 초등학교의 김희정 교사는 “무력감에 빠져 있던 교사나, 실망하거나 체념하곤 하던 학부모·학생들이 ‘학교도 이제 달라지려나’ 하는 기대를 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진통도 따랐다. 초등학생부터 무상급식을 하려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한나라당이 장악한 경기도의회에 막혀 3차례에 걸쳐 예산을 삭감당하는 ‘수모’를 겪었으나, 여소야대 지방의회로 바뀐 뒤인 지난 9월 무상급식 관련 추경예산안이 원안대로 통과돼 한시름을 놓았다. 보수 성향 충남도교육감까지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나서는 등 무상급식 학생이 132만여명에서 올 하반기 167만명으로 늘어나는 등 무상급식은 우리 사회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학생인권보호 조례 제정도 ‘교육권 훼손’을 앞세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같은 보수 성향의 교육단체들이 ‘교권 유린’이라며 역풍을 시도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추진 1년여 만에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했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학생의 인권은 권리이지만, 교사의 교권은 권위를 뜻한다”며 “권리를 짓눌러 권위를 유지하려는 건 권위주의적 발상”이라고 말한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도 학내 체벌 전면 금지를 선언하는 등 교문 앞에서 멈춰섰던 학생인권이 교실에서 곧 꽃을 피울 태세다.
2006년 지방선거 때나 학교운영위원들이 뽑던 과거 교육감 선거 때 등장했던 ‘명품 영어교육’이나 ‘특목고 유치’ 같은 ‘1%를 위한 교육’ 정책이 쑥 들어갔고, 다수 99%를 위한 공교육 혁신 노력이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경기도교육청이 먼저 선보인 공립학교 개혁 모델인 ‘혁신학교’를 2014년까지 6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재삼 경기도의회 교육의원은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등은 교육행정 관료나 일부 교장들의 발상으론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지난 100일은 우리 초·중등교육에 획을 긋기 시작한 시기”라고 말했다. 교직생활 25년째인 강원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잡무 부담이 줄고 연구활동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전남도교육청은 조리종사원 등 학교 비정규직 직원들의 급여를 3인 가구 최저생계비 수준까지 올리기로 해 교직원 분위기도 바꾸고 있다. 아직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이들도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교사들의 과도한 행정업무를 개선한다고 하는데, 현장에는 닿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명숙 배재대 교수(교육학)는 “진보 교육감들이 학생인권 보호 등에서 선명한 태도를 관철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런 시도가 학교 현장에 뿌리내리기까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민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일부 교장·관료들의 반발, 교장이 교사를 체벌한 사례에서 보듯 사립학교 재단들의 저항과 교육과학기술부 관료들의 딴죽 걸기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고 말했다. 정희곤 광주시의회 교육위원은 “주민 직선 교육감들의 교육 개혁 시도가 정치적 풍향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 춘천 광주/홍용덕 정인환 안관옥 기자, 이재훈 기자 ydhong@hani.co.kr
2006년 지방선거 때나 학교운영위원들이 뽑던 과거 교육감 선거 때 등장했던 ‘명품 영어교육’이나 ‘특목고 유치’ 같은 ‘1%를 위한 교육’ 정책이 쑥 들어갔고, 다수 99%를 위한 공교육 혁신 노력이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경기도교육청이 먼저 선보인 공립학교 개혁 모델인 ‘혁신학교’를 2014년까지 6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재삼 경기도의회 교육의원은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등은 교육행정 관료나 일부 교장들의 발상으론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지난 100일은 우리 초·중등교육에 획을 긋기 시작한 시기”라고 말했다. 교직생활 25년째인 강원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잡무 부담이 줄고 연구활동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전남도교육청은 조리종사원 등 학교 비정규직 직원들의 급여를 3인 가구 최저생계비 수준까지 올리기로 해 교직원 분위기도 바꾸고 있다. 아직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이들도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교사들의 과도한 행정업무를 개선한다고 하는데, 현장에는 닿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명숙 배재대 교수(교육학)는 “진보 교육감들이 학생인권 보호 등에서 선명한 태도를 관철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런 시도가 학교 현장에 뿌리내리기까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엄민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일부 교장·관료들의 반발, 교장이 교사를 체벌한 사례에서 보듯 사립학교 재단들의 저항과 교육과학기술부 관료들의 딴죽 걸기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고 말했다. 정희곤 광주시의회 교육위원은 “주민 직선 교육감들의 교육 개혁 시도가 정치적 풍향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 춘천 광주/홍용덕 정인환 안관옥 기자, 이재훈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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