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구교수 작가와 북수동 경로당 노인들이 함께 벽화를 그리는 모습 ② 호주작가 현미 듀론의 벽화 ‘다시 시작하는 나무’ ③ 브라질 작가 라켈 심브리의 ‘골드 피시’ 사진 ‘대안공안 눈’
문화유산 속 오래된 동네, 예술로 새단장
외국작가부터 할머니까지 벽화그리기 동참
외국작가부터 할머니까지 벽화그리기 동참
“이거요, 오토바이를 탄 집주인 아저씨가 모델이에요.”
지난 7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내 옛 북수동 골목길. 이곳에 사는 ‘대안공간 눈’의 이윤숙 아트디렉터는 골목길을 안내하다 한 가옥의 담장에 그려진 벽화 앞에서 멈춰 “작가가 그림을 그리자 집주인이 나를 모델로 해달라고 말해 오토바이를 탄 벽화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의 성곽 안에 위치한 행궁동내 옛 북수동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한 잿빛 담장과 수십년째 퇴락을 거듭해온 낡고 비좁은 골목길 일색이었다. 이런 황량한 골목길이 유럽의 예술거리를 연상할 만큼 이색적인 벽화거리로 재탄생했다. 골목길을 따라 <골드 피시> 등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벽화들이 이어졌고, 화홍문 앞에는 독일인 작가 틸만 크리크의 설치 작품 <파노라마>도 눈에 띈다.
동네골목길의 변신은 예술가들의 지원과 더불어, 마을 주민들이 참여한 ‘마을 만들기’의 결과이기도 하다. 지난 6개월간 이웃이 공감하는 ‘행궁동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브라질의 라켈 심브리 등 외국 작가 3명과 10여명의 국내 작가가 벽화 작업에 참여했다. 또 마을 어린이들과 북수동 경로당 할머니들도 직접 경로당 벽화 그리기 등에 힘을 보탰다.
이윤숙 아트디렉터는 “지금까지 화성이라는 문화재 복원에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이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이번 작업은 주민들과 함께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사람들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현재 화성 성곽 안에 거주하는 주민은 모두 1만3천여명. 지난 1997년 문화유산 등재 뒤 개발 제한으로 도심이 낙후되면서 매년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최근 행궁동 5개 주민발전협의회가 ‘아름다운 행궁동 동네 만들기’ 결성을 추진하고 나섰다. 행궁길 발전협의회 이용학(64) 위원장은 “주민들이 떠나는 동네가 아니라 주민들이 참여해 세계문화유산에 걸맞게 문화와 예술이 숨쉬는 동네로 만들어가는 것이 모두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수원시 조인규 고객만족행정팀장은 “마을 만들기의 주체는 주민”이라며 “행궁동 주민들이 적극 나설 경우 시에서도 옛 북수동 벽화 골목처럼 행궁동 전역으로 문화의 거리가 확산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행궁동(옛 북수동) 마을지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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