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부산시립미술관역에서 주최 쪽 관계자가 시각장애인용 전자지팡이를 이용해 보도블록을 따라 걷고 있다.
부산 벡스코 ‘지능형교통체계 세계대회’ 가보니
‘교통올림픽’으로 불리는 아이티에스(지능형 교통체계) 세계대회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시작됐다.
26일부터인 일반공개에 앞서 벡스코 전시장 2·3홀에서 20개국 203개 업체가 개발한 첨단기술·장비가 25일 언론에 공개됐다. 이날 벡스코 뒤쪽 주차장에서는 지능형 자율주차 시스템을 장착한 검은색 그랜저가 운전자가 없이 시속 10~20㎞로 움직였다. 갑자기 사람이 뛰어들자 차량은 경보음을 울리더니 멈춰 섰다. 사람이 빠지자 차는 다시 움직였다. 목적지에 이르자 후진하던 차는 주차선을 밟지 않고 정확하게 주차했다.
김원규(32)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연구원은 “지피에스(인공위성을 이용해 위치를 찾는 위성항법장치)를 이용해 가장 가까운 주차장을 자동으로 찾은 뒤 차량 스스로 주차할 수 있다”며 “운전할 수 없는 장애인이나 주차에 자신이 없는 운전자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벡스코 버스정류장에 시범으로 설치된 버스정보안내기는 기존의 것보다 훨씬 기능이 향상됐다. 모니터에 저장된 지도를 손가락으로 움직여서 목적지를 찾아 누르면 운행중인 버스 번호들을 안내하고 정류장 도착시각도 알려준다. 또 정류장이나 목적지 주변의 위치를 모니터 지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날씨나 뉴스, 증권정보 등을 화면으로 읽을 수 있다.
지하철 부산시립미술관역 점자 보도블록에서는 전자지팡이가 선을 보였다. 120㎝ 크기의 흰색 지팡이를 노란색 점자 보도블록에 대자 휴대전화에서 안내 목소리가 나왔다. 노란색을 벗어나자 위험하다고 알려줬으며, 직선으로 가다가 곡선이 나오자 오른쪽으로 가도록 안내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지나야 하는 가로막이 나오자 가로막을 알려주는 안내 목소리가 들렸다.
전자지팡이는 지팡이 끝에 달린 카메라가 바닥에 부착된 작은 칩을 읽어 얻은 정보가 휴대전화로 보내지고, 이 정보는 무선으로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블루투스를 통해 귀로 전해진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원호 연구위원은 “전자지팡이는 한 번 전기충전을 하면 6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으며, 바닥의 칩은 개당 1500원가량 한다”며 “지피에스가 잘 통하지 않는 건물 안이나 지하철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티에스와 함께하는 유비쿼터스 사회’를 주제로 한 이번 대회는 이날 오후 2시 열린 한국·일본 등 16개국 교통 분야 부처 장차관 회의를 시작으로 29일까지 열린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제5회 대회가 서울에서 열린 이후 두 번째로 부산에서 열리는 것이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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