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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도로위 흉기 ‘불량 자동차’ 브레이크 걸 제도도 불량

등록 2010-10-31 20:17

중대결함 차 리콜제 현실은
사고 집계 ‘결함신고센터’홍보안돼 운전자들 몰라
제조사 정비소가 조사사고원인 조작 가능성“
교환 요청 30일내 수용 미 레몬법 도입 고려를”

“고속도로에서 새 차가 갑자기 시동이 꺼졌어요. 자동차회사는 교환해줄 수 없다고만 해 자동차결함 신고센터에 하소연했지요. 하지만 두 달이 다 되도록 감감무소식입니다.”

우아무개(45·부산 해운대구)씨는 31일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6월25일 산 수입 승용차가 8월13일 주행중에 엔진이 꺼져 아찔한 순간을 넘겼는데, 언제 또 시동이 꺼질지 모를 차를 몰아야만 하느냐고 했다. 우씨는 수입차 판매법인이 교환이나 환불을 거부하자 리콜(결함 시정명령) 여부를 결정하는 국토해양부의 전문 조사기관인 ‘자동차결함 신고센터’에 신고했지만, 리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대답만 들었다고 했다.

김아무개(28·서울 송파구)씨는 구입한 지 1년도 안 된 국산 승용차가 8월26일과 9월11일 두 차례나 주행중에 엔진이 꺼져 제조회사에 교환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하자 ‘청와대 신문고’에 사연을 올렸다. 하지만 차량 교환 요구를 제조회사는 거부했다. 김씨는 “우리나라처럼 까다로운 리콜이나 교환 조건에서는 교환과 환불을 받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절감했다”며 한숨을 지었다.

■ 멀기만 한 자동차 ‘리콜’ 차량이 도로를 주행하다 엔진이 꺼지는 등의 아찔한 고장이 잇따르는데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교환·환불을 꺼려 땜질식 수리를 한 차들이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차가 갑자기 멈춰서면 뒤따르던 차량들에 ‘흉기’가 될 수 있다. 이런 결함을 지닌 차를 중고차 시장에 내놓으면 다른 운전자가 치명적인 사고를 겪을 우려도 있다.

자동차업체들의 자발적 리콜에 기대가 있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은 리콜을 자주 하면 품질과 안전에서 뒤떨어진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줄까봐 리콜에 소극적이고, 까다로운 ‘소비자 피해 보상 규정’ 등을 앞세우며 교환과 환불에도 인색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자동차회사들의 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법적 구속력을 가진 리콜 제도뿐이지만, 리콜 여부를 가리는 국토부 자동차결함 신고센터는 ‘반쪽 운영’에 그치고 있다.

자동차결함 신고센터는 누리집(홈페이지) 등으로 신고된 건수를 분석해 사고 원인이 같은 사례가 많으면 조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대다수 운전자들이 이런 신고센터가 있는지조차 모른다. 이 때문에 중대 결함을 일으킨 사고를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신고된 건수만을 ‘조사 착수 기준’으로 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자동차 제조회사가 운영하는 정비소들이 진단한 사고 원인을 바탕으로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는 점도 문제다. 강제 리콜 명령을 피하려고, 소비자들이 자동차결함 신고센터에 신고하는 사고 원인을 제조사 정비소에서 엉뚱하게 명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결함 신고센터 관계자도 “실제 제조사가 사고 원인을 조작해도 현재로서는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수입 자동차들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외국 제조회사가 미국 등에서 리콜한 차량을 우리나라에 알리지 않으면 국내 소비자들만 리콜을 받지 못하는 ‘차별’을 당할 수도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자동차결함 신고센터가 외국에서 일어난 리콜 사례를 찾아내고 있지만, 6명뿐인 인력으로는 완전히 감시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 “중대 결함 발견된 차량, 도로에 못 나오게 해야” 주행중 시동 꺼짐 등 중대한 결함을 지닌 차량에 의한 대형 사고를 막으려면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애초부터 불량한 차를 만들지 않으면 되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중대 결함이 한 차례라도 발견된 차량이 도로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조처가 절실하다.

소비자단체들은 세 차례 수리한 뒤 네번째 동일한 중대 결함이 발견됐을 때 새 차로 교환해 주거나 환불해 주도록 권고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참고할 만한 대표적인 보기가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른바 ‘레몬법’이다. 1975년 제정된 이 법은 불량품을 가리켜, 겉은 맛있게 생겼지만 신맛이 나는 레몬으로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주된 내용은 소비자의 교환 또는 환불 요청을 30일 이내에 들어주지 않으면, 회사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브레이크나 핸들, 안전띠처럼 안전과 밀접한 부품은 두 번만 수리를 받아도 고객이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국토부 자동차결함 신고센터 인력을 현재 6명에서 최소 20명 수준으로 늘리고, 새 차에서 중대 결함이 일어나면 단 한 건이라도 의무적으로 자동차 제조회사가 국토부에 신고하도록 하는 것도 시급하다.

소비자들이 중대 결함이 발생한 제조사의 정비소에 원인 조사를 맡기지 않고 국가가 지정한 공인기관에 원인 조사를 맡기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규하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과장은 “우리나라가 자동차 생산 5대 강국에 올라선 위상에 걸맞게 제조회사들이 스스로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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