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표 횡령 이어 일부 이사 비자금 조성 혐의
입건자 11명으로 늘어…후임 대표 자격논란도
입건자 11명으로 늘어…후임 대표 자격논란도
부산의 사회복지법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구덕원의 비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자 근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경찰청 수사과는 8일 구덕원 이사이자 부산시노인건강센터 원장인 김아무개(4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2007년 7월~2008년 12월 1년6개월 동안 법인 이사회 회의록과 감사보고서를 위조하는 방법으로 운영비 3억6000만원을 빼돌리는 등 4억75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07년 7월 업무 편의를 봐달라는 뜻으로 법인과 거래하는 시공업체에 감독관청인 사상구 공무원(55·입건)의 아파트 새시 공사를 하게 한 뒤 공사비 400만원을 시공업체에 대납한 혐의(뇌물공여)도 받고 있다.
경찰은 또 법인자금 12억6000만원을 횡령하고 거래업체로부터 4억4000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로 9월 구속된 전 대표 김아무개(49·여)씨와 법인 산하 구덕병원 관리담당자 강아무개씨를 추가로 입건했다. 김씨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구덕병원 약사를 1주일에 이틀만 출근하게 하고 강씨를 시켜 불법으로 약을 조제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로써 구덕원 비리 사건으로 구속되거나 불구속 입건된 관련자는 모두 11명으로 늘어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구속된 법인 전 대표 김씨의 친족이나 지인 등이 뒤를 이어 대표나 이사로 선임돼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김씨는 6월 보건복지부 감사가 시작되자 7월 임시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자신의 딸인 오아무개(25)씨를 대표 자리에 앉혔다. 하지만 오씨는 9월 법인카드로 백화점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등 1600만원 상당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입건되면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사회는 지난달 4명의 이사를 새로 임명하면서 송아무개(49)씨를 대표로 선임했다. 하지만 송씨도 자격 논란이 일어 지난달 이사회에서 해임됐다. 이어 지난달 김아무개(44·여)씨를 새 대표로 선임했으나 김씨도 사회복지 분야 경험이 전혀 없는 사설학원장 출신으로, 구속된 전 대표 김씨 동생의 사돈으로 알려져 반발을 사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역사회의 덕망이 있는 인사 가운데 구청장의 추천을 받아 이사를 선임하도록 권고했지만 허술한 법망을 교묘히 이용해 지인이나 측근들을 대표나 이사로 앉히고 있다”며 “이사회 구성을 견제할 수 있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노조를 담당하고 있는 민주노총 부산지역일반노조 송영수 교육위원장은 “적어도 사립학교처럼 관선이사를 파견해 일정기간 운영이 정상화되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나 현재의 사회복지법으로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에 이어 2008년 대표이사를 맡은 형제가 잇따라 구속된 애광원처럼 노사가 합의해 ‘공익이사’ 성격의 외부전문가들을 이사로 참여시키고 노사공동결정제도를 운영하도록 하는 사례도 고려해 볼 만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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