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도
로프길이 규제 완화뒤 지자체들 설치경쟁 치열
환경단체들 “자연훼손 우려…타당성 검토 시급”
환경단체들 “자연훼손 우려…타당성 검토 시급”
지리산을 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케이블카 설치 경쟁이 다시 불붙었다.
지난달 1일 자연공원법 시행령이 개정됨에 따라 국립공원 안 자연환경보존지구에 설치할 수 있는 로프웨이(케이블카)의 길이 제한이 2㎞에서 5㎞로 완화됐다. 이에 따라 1년 넘게 잠잠하던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산청·함양군 등 지리산권 지자체들의 케이블카 설치 경쟁이 본격화됐다. 지리산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경남 함양군은 10일 사업 타당성 용역조사 결과보고회를 열어, 자연환경보존지구 3.2㎞를 포함해 백무동~장터목 4.5㎞ 구간에 50인승 케이블카 2대를 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환경부에 지리산국립공원 공원 계획 변경신청서를 내기로 했다. 함양군 관계자는 “장터목에서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까지 등산로가 이미 개발돼 있어 천왕봉에 가기를 꿈꾸는 노약자와 장애인에게 가장 좋은 코스”라고 설명했다.
경남 산청군은 지난달 28일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국립공원 공원 계획 변경용역 완료보고회’를 연 데 이어 지난 4일 결의대회까지 열었다. 산청군은 2014년까지 자연환경보존지구 2.3㎞를 포함해 중산리~제석봉 5.4㎞ 구간에 8인승 곤돌라 60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산청군 관계자는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석봉의 모든 등산로를 차단하고, 케이블카로 제석봉에 오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 남원시는 자연환경보존지구 3.4㎞를 포함해 반선~반야봉 7.3㎞ 구간에 8인승 곤돌라 66대를 설치할 계획을 담은 신청서를 이달 말 환경부에 낼 방침이다. 남원시 관계자는 “반야봉은 천왕봉을 포함해 지리산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장소이며, 동시에 다른 어느 곳보다 등산로를 폐쇄하기 쉬운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코스”라고 말했다.
전남 구례군은 산동 지리산온천관광지구~노고단 4.5㎞ 구간에 설치할 계획을 세워 이미 지난해 9월 환경부에 신청서를 냈다. 자연환경보존지구가 전혀 포함되지 않아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 이전에도 신청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구례군 관계자는 “지리산온천과 연계돼 관광객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으며, 자연환경보존지구와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에 환경부에서도 구례군의 계획을 가장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자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환경단체들의 케이블카 설치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협의회와 지리산종교연대는 6일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 선포식을 연 뒤 지리산 노고단을 답사했다. 또 이들은 케이블카 설치의 문제점을 홍보하며 등산객과 주민들의 서명도 받고 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은 “케이블카가 없어 노약자와 장애인이 지리산에 오르기 힘든 것은 사실이며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지자체가 이들을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지자체들의 경쟁을 차단하고, 전체 국립공원을 대상으로 케이블카 설치의 타당성을 검토해 환경 훼손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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