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비정규직 울분 파업에 정규직이 팔걷고 ‘응원’

등록 2010-11-19 19:42수정 2010-11-20 04:53

현대차 하청노동자 파업 닷새째
지원단 꾸려 ‘인간 방패막이’
민주노총 연대 총파업 움직임
현대차는 고소·손배소로 응수

“일한 지 8년 됐는데 (하청)업체만 세 번 바뀌었습니다. 그때마다 계약서 새로 썼고요. 근속수당도 없는데, 또 언제 업체가 바뀌어 잘리지나 않을까 늘 불안에 떨어야 하죠.”

“정규직 동료와 나란히 일해도 급여는 60~70% 수준입니다. 같은 사람인데 한 등급 아래 있는 것만 같은 거죠.”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에서 닷새째 파업농성을 벌여온 사내하청업체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19일 자신의 처지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대법원 판결 나온 뒤 이런 신세 면하려나 했는데, 시트공장에서 또 업체가 바뀌더니 계약서 안 썼다고 공장에서 무참히 끌려나가는 동료들을 보곤 정말 해도 너무한다 싶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1공장에서 농성중인 비정규직 노동자 500여명은 지난 15일 아침 시트공장에 출근하려던 동료 노동자들을 현대차 관리자들과 경찰이 막는 데 반발해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음식물이나 깔판 같은 물품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회사 관리자와 용역경비원들의 ‘침탈’ 위협과, 현대차가 공장 난방장치마저 끈 17일부터는 밤이 되면 닥치는 추위에 맞서고 있다. 2·3공장에서도 200~300여명씩 농성을 벌이는 등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울산공장 노조원 1600여명은 닷새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울산의 5개 완성차 공장 가운데 엑센트·베르나 등을 생산하는 1공장은 닷새째 멈춰섰고, 2·3공장은 회사 쪽이 대체인력을 투입해 가까스로 돌아가는 실정이다.

예전엔 비정규직들에게 ‘거리’를 두곤 했던 정규직 노조원들과 대의원들도 이들 곁에 서기 시작했다. 간식·방한복 등을 가져다주고, 공장 1층에서 농성장 침탈을 지켜준다. 18일 김호성 현대차 1공장장이 비정규직 노조에 ‘퇴거 통고서’를 전달하려 했을 때도 정규직 노조 대의원들이 막았다. 1공장 정규직 노동자 강아무개씨는 “정규직, 비정규직 모두 같은 작업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부르짖는 ‘공정사회’를 실현하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부터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규직의 ‘연대’ 움직임은 일부에 국한돼 있을 뿐, 정규직 노조 집행부 차원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이경훈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은 “비정규직지회에서 일방적으로 치고나온 파업이라 정규직 노조로서 보조를 맞추기도 난감한 형편”이라며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 노력은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7개 현장모임은 최근 비정규직 투쟁지원단을 꾸리고 노조 집행부에 ‘연대투쟁’을 촉구했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날 “오는 22일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을 비롯한 총력투쟁을 결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영표·이정희·조승수 의원 등 야당 국회의원들도 현장을 방문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성명을 내어 현대차 쪽에 성실한 교섭을 촉구했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쪽은 ‘법대로 하자’며 요지부동이다.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동자 64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고발하고 65명을 상대로 모두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백승권 현대차 울산공장 홍보팀장은 “대법원 판결은 소송 당사자 개인에 국한된 판결일 뿐, 하청업체 직원들의 고용자가 현대차라는 걸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하청업체 노조는 교섭 상대가 될 수 없고, 이로 인한 파업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금까지 73명을 연행해 이 가운데 정아무개(52)씨 등 2명의 구속영장을 이날 신청했다.

이에 맞서 용역경비원들에게 폭행당해 다친 이들을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 36명도 강호돈 현대차 부사장 등 12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장은 “현대차 쪽이 직접 협상장에 나와 정규직 전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울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