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연평도 포격 피해 상황
부상 병사가 전하는 피격순간
‘꽝! 목에서 피가 솟구쳤다. 온몸이 저려오며 눈앞이 가물거렸다. 주변은 온통 뿌옇게 흐려졌다. 옆에 있던 간부 한 명이 파편에 맞은 목 부위를 누르며 지혈을 시도했다. 그리고 기억은 멈췄다.’
북한의 해안포 사격으로 중상을 입은 해병대 김지용(21) 상병은 24일 벌벌 떨리는 가슴을 안고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을 찾은 어머니 문정자(47)씨와 작은아버지 김영길(37)씨에게 사경을 헤맸던 피격 순간을 이렇게 전했다.
김 상병은 23일 오후 3시30분께 서정우(22·사망) 하사 등 휴가자들을 선착장으로 배웅한 뒤 차량을 타고 부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갑자기 ‘꽝’ 하는 폭발음이 귀청을 때렸고 땅은 지진이 난 듯 심하게 흔들렸다.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주변에는 혼란에 빠진 마을 주민들이 허둥대는 모습이 들어왔다.
김 상병은 ‘뭔가 터졌구나’라는 생각에 주민 몇 명을 차에 태워 대피시킨 뒤 곧바로 부대로 복귀했다. 그러나 부대 안 상황은 더 심각했다. 간부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고 부대원들의 움직임도 부산했다.
이때 고막을 찢을 듯한 폭발음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이윽고 부대 안에도 포탄이 떨어졌다. 곳곳에서 병사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부상병의 신음소리가 뒤엉켜 들렸다.
김 상병은 오른쪽 몸통 부위와 손과 발 등에 수많은 파편이 박혔다. 손가락은 부러졌고 온몸에 흐르는 피는 멎을 줄 몰랐다. 김 상병은 이날 군 함정을 이용해 평택2함대로 옮겨진 뒤 다시 헬기로 갈아타고 이날 밤 8시께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했다. 5시간이 넘는 사투가 고비를 넘기는 순간이었다.
김 상병은 24일 새벽 4시30분까지 응급수술을 받은 뒤, 오후 3시께 중환자실에서 일반병동으로 옮겨져 어머니 품에 안길 수 있었다. 김 상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고는 있지만 중상자를 5시간 넘게 호송하는 일이 도대체 있을 수 있느냐”며 군의 초동대처에 분노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또다른 중상자 한규동(19) 일병은 가족들에게 “훈련중 다리가 아파 부대 안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던 중 갑자기 날아온 포탄 파편에 얼굴을 다쳤다”고 전해, 아수라장으로 변했던 피격 당시 연평도 해병부대의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성남/김기성, 송채경화 기자 player009@hani.co.kr
성남/김기성, 송채경화 기자 player00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