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유관순 마라톤대회에서 충남 아산 순천향대 절주 동아리 ‘쏘쿨이’ 회원들이 절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순천향대 제공
건전음주동아리 ‘쏘쿨이’
술집·각종 행사 등 찾으며
일년간 ‘파란만장’ 캠페인
술집·각종 행사 등 찾으며
일년간 ‘파란만장’ 캠페인
“우리 절주했어요.”
한 방송사 프로그램인 <우결>(우리 결혼했어요)이 아니다. ‘우절’이다.
대학생들의 절주 캠페인이 학교 안팎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충남 아산 순천향대(총장 손풍삼)의 ‘건전 음주 동아리 쏘쿨이’. 쏘쿨이는 ‘소주와 쿨하게 이별하는 방법’의 줄임말이다. 이 대학 보건행정경영학과 학생들이 중심이 돼 지난해 12월 결성한 쏘쿨이는 ‘우절’을 표어 삼아 1년 동안 학교 안팎을 뛰어다니며 절주 홍보를 벌이고 있다. 낭만보다 만취에 빠지기 일쑤인 대학가 음주문화를 바로잡자는 취지다.
이들의 힘은 부지런함이다. 절주 홍보를 위해서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 3월에는 한 방송사 노래자랑 프로그램에 술병 캐릭터 차림으로 나섰다. 하지만 가창력 부족으로 예선에서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마라톤대회에도 뛰어들어 “절주”를 외치고, 근처 중·고등학교를 찾아 음주 고글 체험과 링 던지기 등을 통해 음주가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학생들에게 조근조근 설명하기도 했다. 대학 주변 술집과 음식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절주잔과 포스터 등을 나눠줘 상당수가 ‘건전 음주 실천업소’로 선정되는 성과도 올렸다.
처음부터 신바람이 났던 건 아니다. 쏘쿨이 회장인 채수라(보건행정경영학과 3년)씨는 “활동 초기에는 특정 종교의 동아리로 보기도 하고 주변 친구들조차 ‘그런 동아리도 다 있냐’며 무관심했다”고 전했다. 회원 수가 32명에서 14명으로 줄어드는 ‘아픔’도 겪었다.
이들의 또다른 힘은 새로움이다. 절주가 필요하거나 원하는 사람을 추천받아 ‘절주 커플’을 17쌍 지정한 뒤 지난 1학기 동안 음주 의존도를 측정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첫 달인 4월에는 정상 기준치(0~8점)의 갑절에 이르는 15.3점으로 고위험군이었던 학생들이 두 달 뒤에는 7.3점으로 떨어져 ‘정상인’이 됐다고 한다. 음주 자진신고 게시판도 운영하고, 음주 현장을 ‘적발’하는 파파라치도 둬 상점과 벌점을 주는 등 절주를 유도한 결과다.
지난 5월 학교 축제 때는 ‘절주 부스’를 차려 절주팔찌 1000여개를 나눠주고 무알코올 칵테일을 대접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주측정기로 수치를 잰 뒤 절주한 이들에게는 식권과 문화상품권을 주기도 했다. 이들은 절주 메시지를 담은 손수제작물(UCC)로 통학버스와 학생회관 모니터를 통해 홍보하고 있으며, 이달 초에는 ‘절주신문’과 홍보지를 1000부 만들어 배포도 했다.
쏘쿨이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열린 단과대 학술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동아리 총무 채혜정(보건행정경영학과 3년)씨는 “대학생들의 실제 술 문화가 바뀌는 데 1년은 너무 짧다”며 “대학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같은 학과 학생들이 ‘담쿨이’(담배와 쿨하게 이별하는 방법)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쏘쿨이는 내년에 다른 학과 학생들의 참여를 늘려 활동 폭을 더욱 넓힐 계획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지난해에는 같은 학과 학생들이 ‘담쿨이’(담배와 쿨하게 이별하는 방법)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쏘쿨이는 내년에 다른 학과 학생들의 참여를 늘려 활동 폭을 더욱 넓힐 계획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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