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민원전철’ 의도는 좋은데…
도서·생수·진료 서비스에 ‘감탄’
연 13억 들어 ‘전시행정’ 논란 일듯
연 13억 들어 ‘전시행정’ 논란 일듯
25일 오전 10시34분 국철 1호선 수원역. 서동탄역을 떠나 도착한 전동차의 차량 문이 열리자, ‘달려라∼경기도! 민원전철 365’(사진)가 첫선을 보였다. 취재진과 뒤섞인 채 전동차 안으로 떠밀려 들어온 30대 후반의 한 여성은 전동차 내부를 둘러보고는 “열차에 마련된 카페 같네”라며 신기해했다.
민원전철은 전동차 1량의 전체 54석 중 노인석과 장애인석 등 13석을 뺀 나머지를 민원실로 개조했다. 건강과 복지, 농협금융과 생활민원, 일자리상담 등 5개의 상담코너와 함께 농산물 홍보코너가 설치됐다. 차량 중간에는 노트북과 50여권의 도서를 갖춘 양심도서, 생수기와 수유실도 설치됐다. 민원전철은 오전 6시28분 서동탄역을 출발해 성북역을 오가며 밤 10시30분까지 하루 상·하행선 각각 4차례씩 운행된다.
전철에 오른 김문수 경기지사는 “시민들이 열차로 서울 출퇴근에만 보통 1시간∼1시간30분이 걸리는데 이 시간에도 행정서비스를 중단하지 않으려고 민원전철을 개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쌩쌩’ 달리던 전동차는 정차역마다 탑승객들이 들어오면서 사람들로 붐볐고 통로를 지나기도 어려워졌다. 안양역 이후 예정됐던 ‘리듬앙상블’의 전철 안 공연도 혼잡도가 높아 취소됐다.
민원전철 안 생수는 농협이 공짜로 공급하고, 토·일요일 마련되는 전문의 진료는 서울대·원광대 의사들의 자원봉사로 이뤄진다. 최우영 경기도 대변인은 “길 잃은 양 한마리도 구하겠다는 김 지사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첫선을 보인 민원전철의 연간 비용은 최소 13억원 정도다. 전동차 1량을 민원실로 바꾸는 데 1억5천만원, 매달 2500만원씩의 전동차 임대료, 민원전철에 배치된 공무원 22명의 연간 인건비 10억원 등이다. 이 때문에 ‘주민 친화형 행정서비스’라지만 정작 비용 대비 효과를 볼 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아니냐”는 ‘전시행정 논란’이 일 전망이다.
전철 안에서 만난 중풍 환자 오아무개(51)씨는 “민원전철보다 우리에게는 장애인 좌석 하나가 더 급하다”고 하소연했다. 회사원 최호영(40·회사원)씨는 “전철 안에서 급하면 얼마나 급한 생활민원을 처리하겠느냐”며 “차라리 역마다 민원실을 설치하는 게 시민들한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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