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부 배상하라” 촉구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리는 경남 합천군에 한국 원폭2세 환우회의 지부가 처음으로 출범했다.
한국 원폭2세 환우회는 지난 28일 합천군 한국원폭피해자복지회관에서 발족식을 열고 채택한 ‘한국 원폭 2세 환우 인권선언’에서 “원폭2세 환우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전쟁과 대량살상무기인 핵무기를 사용한 미국 정부에 의해 존재하게 된 전쟁 범죄의 피해자”라며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인권과 생명이 존중받고, 전쟁과 폭력, 핵무기가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향해 반드시 나아가야 할 역사의 한 걸음”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일본·미국 등 3개국 정부에 원폭 2세 환우의 생존권 보장, 생태조사와 건강검진·의료비 지원, 배상 책임 이행 등을 요구했다.
원폭 2세는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터졌을 때 피폭당한 사람들의 자녀들이다. 현재 국내에는 1만여명이 있으며, 이 가운데 부모로부터 피폭 후유증을 물려받아 태어날 때부터 무혈성 괴사증, 피부병, 정신지체, 다운증후군 등으로 고통받는 환우들이 2300여명에 이른다.
2002년 발족한 한국 원폭2세 환우회에는 65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이 가운데 100여명이 합천에 살고 있다. 하지만 원폭2세 환우의 선천적 후유증은 아직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아 한국·일본·미국 어디로부터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합천군에서는 지난 3월1일 원폭2세 환우들의 쉼터인 ‘합천 평화의 집’이 문을 열었고, 합천고려병원과 합천병원 등이 이들을 무료진료하는 등 합천평화의집 운영위원장 혜진 스님을 중심으로 민간 차원의 지원 활동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제도적 지원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혜진 스님은 “한국 원폭2세 환우회 합천지부 발족은 해방 이후 65년 동안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원폭피해자들의 후손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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