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군 “15kg→10kg 교체”
멀쩡한 상자 200만개 폐기
멀쩡한 상자 200만개 폐기
참외 주산지인 경북 성주군이 참외상자 규격을 변경하기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멀쩡한 상자들을 폐기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성주군과 참외생산자협의회는 내년부터 현행 15㎏인 참외상자 규격을 10㎏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농가에서 15㎏짜리 상자를 모두 거둬들인다는 계획을 세워 놨다. 군 쪽은 소비자의 선호도 변화에 따라 다른 과일의 상자 규격이 10㎏으로 바뀌는 추세이고, 운반이 쉽다는 점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10㎏ 규격의 상자를 도입하려면 현재 농가에 있는 15㎏ 규격의 상자 204만개를 모두 수거해 폐기해야 한다. 군은 개당 1천원씩 종이로 만든 참외상자 204만개를 수거하는 데 군비 13억원과 농협자조금 3억원 등 모두 2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최대 산지인 성주군에서 상자 규격을 바꾸게 되면 인근 칠곡군과 고령군 등에서도 바꿀 수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칠곡군만 해도 15㎏ 규격의 상자 26만개가 남아 있어 수거와 폐기에 약 3억원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농민들 사이에선 시간을 두고 상자를 교체하면 예산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데 성주군이 한꺼번에 교체하려는 것은 상자 제작회사의 로비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성주군은 “참외농가의 혼선을 막으려면 일시에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