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의 어르신들이 새만금사업으로 인해 사라져가는 포구의 흔적을 촬영하고 있다.
김제문화원 제공
김제문화원 노인영화단
간척으로 사라지는 고향
직접 촬영·편집 다큐로
간척으로 사라지는 고향
직접 촬영·편집 다큐로
“1950~60년대 바지락·꼬막을 채취하거나, 음력 7월15일에 걸어서 징게(김제)포구까지 물맞이하러 가던 일이 새록새록 떠올라. 간척사업으로 어릴 적 뛰놀던 포구가 하나둘 사라지니까 마음이 찡허잖여. 일부지역은 갈대밭만 무성헌디. 다 없어지기 전에 영상에 담아 후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을 했지.”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고 자랐던 노인들이 사라지는 포구의 모습을 직접 영상에 남기고 있다.
김제문화원이 다큐멘터리 <새만금 징게맹게 포구를 가다>를 제작하고 있다. ‘징게맹게’는 ‘김제만경(강)’을 뜻하는 방언으로 조정래의 대하소설 <아리랑>에도 등장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원연합회가 진행하는 ‘지방문화원 어르신 문화 프로그램’의 하나이다. 노인 대상 문화향유사업인 것이다.
제작에 어르신 5명이 참여했다. 한갑열(69), 유문자(69), 권희옥(64), 장양례(60), 김기웅(56)씨다. 이들은 원고 작성과 촬영 등 대부분을 맡았고, 문화원이 보조했다. 이들은 올해 김제문화원에서 준비한 영상강좌 프로그램을 통해 캠코더 작동법부터 영상·촬영 기법을 교육받았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운영되는 김제 전통시장 ‘장터라디오’에도 참여한다.
지난 10월부터 주제별로 김제 심포항에서 고기를 잡는 어부, 낚시를 즐기는 신창포구 관광객, 담수호를 바라보는 망해사, 거전마을 어민 인터뷰 등을 촬영했다. 지난 30일 마지막 촬영을 끝냈고, 녹음·편집을 거쳐 이달 중순 20분짜리 영상물로 태어난다. 내년에 다큐영화제나 노인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이다.
한갑열씨는 “과거가 없는 것도 불행이지만 과거가 있음에도 추억할 수 없다면 그것이 더 큰 불행”이라며 “새만금은 우리의 과거인 만큼 영상으로 기록해 우리 스스로도 오래도록 추억하고, 후손들에게도 보여주고자 다큐물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권희옥씨는 “체력에 한계가 있는 나이여서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역사를 남긴다는 사명감과 뭔가를 이룬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즐겁게 촬영했다”며 “원고를 쓰는 게 가장 어렵다”고 돌아봤다.
김대호 김제문화원 사무국장은 “올해 예산을 겨우 170만원 지원했지만,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직접 제작에 참여한 어른신들이 고맙다”며 “어업보상과 관련한 시위를 현장에서 찍으려다 주민과 실랑이가 벌어지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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