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궁저수지 둑높이기 중단 요구…“이 한몸 희생” 글남겨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벌이는 저수지 둑 높이기 공사에 항의해 60대 농민이 자살을 시도해 중태에 빠졌다. 6일 오후 1시10분께 충북 청주시 충북도청 마당에서 충북 보은군 내북면 상궁리 안재훈(66)씨가 수면제를 먹고 쓰러져 있는 것을 도청 직원이 발견했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후 늦게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정부와 한국농어촌공사는 470억원을 들여 보은군 내북면 상궁리 궁저수지의 25m 높이 둑을 38m로 높이는 공사를 하고 있으며, 안씨는 “경작지가 줄어 농업용수가 남아도는데도, 저수지 둑을 13m나 더 높이면 신궁리·하궁리 등 마을이 모두(44만㎡) 수몰되고, 20~30농가 주민 50~60명은 생활 터전을 잃는다”며 주민들과 함께 올해 초 주민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위원장을 맡아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충북지사 비서실 관계자는 “안 위원장이 이날 낮 도지사 비서실을 찾아와 이시종 지사와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 지사가 자리에 없어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자신의 주머니에 이 지사와 자신의 가족 등에게 보내는 메모를 남겼다. 그는 이 지사에게 “상궁 주민들이 마음 놓고 편안히 살 수 있다면 기꺼이 희생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아들딸에겐 “먼저 가서 미안하다. 이 한몸 버려 정치인들이 조금이나마 반성한다면 누구도 원망하지 않겠다”고 썼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