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책이라더니 기존제도 ‘재탕’…진료기피 처벌 포함안해
보름 전 휴일에 복통을 호소하던 4살 난 여자어린이가 부모와 함께 치료 받을 병원을 찾아 전전하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대구시가 6일 대책을 내놨지만 ‘땜질식 처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는 이날 휴일 어린이 진료 당번병원 지정 운영 등을 뼈대로 하는 ‘어린이 응급진료체계 긴급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권역 응급의료센터인 경북대병원에 휴일 상시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지역응급의료센터 5곳을 주마다 돌아가면서 당번병원으로 지정해 휴일 어린이 ‘진료 공백’을 줄이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야간 응급실과 전문의 간 핫라인을 재점검해 제때에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시는 아울러 7일 오후 인터불고 엑스코 호텔에서 김범일 시장 주재로 병원장 간담회를 열고 어린이 응급진료체계 확립을 주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의 이번 대책을 놓고 ‘말잔치’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권역 응급의료센터 상시진료체계 가동이나 응급실과 전문의 간 핫라인 구축 등은 이번 사고 전에도 이미 가동돼 왔거나 비상대책으로 마련돼 있던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병원들이 이번처럼 치료를 기피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영선 보건복지여성국장은 “종합병원들이 치료를 기피했을 때 구체적인 제재 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김영애 보건과장도 “의료법을 위반했거나 명백한 의료사고가 아닌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사실상 병원을 조사할 권한이 없다”며 “4살 난 어린이 사망사고도 보건복지부에서 조사를 해 조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네살 난 여자어린이가 배가 아파 시내 종합병원 2곳을 찾아갔지만 한 곳은 당직의사가 소아과 전문의가 없다고 거부했으며, 다른 한 곳은 파업중이어서 다른 병원으로 가도록 조치했다. 간신히 외과전문병원에서 창자가 꼬이는 ‘장중첩증’ 진단을 받은 이 어린이 부모는 또다른 종합병원 2곳의 응급실에 전화를 했지만 진료가 안 된다는 답변을 듣고 구미의 종합병원을 찾아갔다. 다음날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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