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대선 겨냥” 시의회 “의회 출석부터”
지난 1일 무상급식 지원 조례가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뒤, 연일 무상급식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번에는 “무상급식 실시 여부를 텔레비전 공개토론 등 여론수렴 과정을 통해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은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조례가 통과됐다고 출석을 거부하고 조례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비상식적 행동”이라며 “토론을 원한다면 우선 시의회에 출석부터 하라”고 반박했다.
오세훈 시장은 7일 서울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전면 무상급식으로 인한 갈등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며 “교육 주체가 모여 충분한 토론과 여론수렴을 통해 진정한 교육방향이 무엇인지 정하자”고 말했다. 오 시장은 그 방법으로 텔레비전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또 교육정책의 책임자인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오 시장이 각자의 교육정책을 담은 편지를 학부모 등 시민에게 발송하자는 의견도 냈다.
그러나 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를 철회하지 않는 한 시의회 일정에는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 시장의 이런 제안에 대해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무상급식 논란 때문에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시정에 차질이 생긴다”며 “무상급식 정책을 결정하는 주체(교육감, 시의회)가 공개토론을 한 뒤 여론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무상급식 실시 여부를 결정해, 이른 시일 안에 이 사태를 해결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조례가 통과된 뒤에야 토론을 하자고 제안한 이유에 대해서는 “조례가 일방적으로 상정돼 시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는 곧바로 오 시장의 주장에 반박했다. 시의회 민주당 대변인인 오승록 의원은 이날 오후 시의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무수한 토론과 협의를 거쳐 조례가 통과됐는데, 이제 와서 토론을 제안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토론을 하고 싶다면 외곽으로 빙빙 돌지 말고 우선 시의회 출석부터 하라. 본회의장에는 오 시장과 무상급식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시의원들이 무수히 많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또 “민주당은 학교시설 개선 예산을 줄여서 무상급식에 쓰자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토목·건설 예산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른 부서 예산도 그 영역에서는 필요한 부분”이라며 “자신의 기준으로 볼 때 불필요하니 타 예산을 가져다 쓰자는 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자신의 트위터에 “교육감이 (오 시장의) 대선 겨냥 행보에 들러리를 설 수는 없다”며 공개토론 제안을 거절했다.
한편 올 초부터 오세훈 시장에게 무상급식 관련 공개토론을 제안한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오 시장과의 ‘끝장토론’을 환영한다”며 참석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종현 시 대변인은 “오늘 서울시가 제안한 건 교육정책을 결정하는 주체들의 토론”이라며 “곽노현 교육감과 시의회 관계자의 출석이 전제돼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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