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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따뜻하게 겨울 날 수 있다더니” SH지역난방 요금폭탄

등록 2010-12-10 09:13수정 2010-12-10 14:21

지난 6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시영4단지 목화아파트에 사는 곽아무개(62)씨가 보일러를 트는 대신 전기장판을 깔고 두꺼운 이불 2개를 겹쳐서 덮고 누워 있다.
지난 6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시영4단지 목화아파트에 사는 곽아무개(62)씨가 보일러를 트는 대신 전기장판을 깔고 두꺼운 이불 2개를 겹쳐서 덮고 누워 있다.
난방비 전보다 2~3배 증가…보일러 끄고 전기장판 써
노원구 81개 단지 9만6226가구 아파트 주민들 ‘으~추워’
평균 기온이 섭씨 3도 안팎으로 쌀쌀했던 지난 6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시영4단지 목화아파트에 사는 곽아무개(62)씨는 14평 집 안에서 전기장판을 깔고 두꺼운 이불 2개를 겹쳐서 덮고 누워 있었다. 양말을 신어도 발바닥에서 냉기가 느껴질 정도로 방바닥은 차가웠다. 베란다 유리창에는 외풍을 막기 위해 스티로폼을 씌워놓았다. 이렇게 추운데도 곽씨는 좀처럼 보일러를 켜지 않는다고 한다. ‘요금 폭탄’이 무서워서다.

곽씨는 “3년 전 중앙난방에서 지역난방으로 바꾸고 난 뒤 그 전엔 한겨울에도 11만원 정도 나오던 난방비가 26만원이 나와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했다.

지역난방이 가동되는 노원구의 아파트 주민들이 3년째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열 공급자인 에스에이치공사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역 내 81개 단지 9만6226가구가 지역난방 방식인 노원구는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역난방 개선 대책 추진단’을 꾸려서 해결에 나섰다.

1979가구인 목화아파트는 2007년 “싸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는 에스에이치공사의 홍보를 믿고 중앙난방에서 지역난방으로 바꿨다. 그런데 지역난방으로 바꾼 뒤부터 난방비가 오히려 2~3배 늘었다. 요금 폭탄에 덴 가구들은 보일러를 끄고 전기매트, 온열기 등 다른 난방기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임차인대표회의의 말을 들어보면, 1979가구 중 겨울철 보일러를 한번도 틀지 않는 가구가 370가구에 이른다.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옆집이나 위아래 집이 보일러를 틀지 않을 경우 자신의 집 열기가 차가운 쪽으로 빼앗겨 열효율이 떨어진다. 결국 어떤 집은 난방비 감당이 안 돼 보일러를 끄고 살고, 또다른 집은 비싼 난방비를 감수하고서 보일러를 가동하지만 집이 따뜻해지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요금 부담이 늘었다는 주민의 하소연에 에스에이치공사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지역난방으로 전환한 뒤 요금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노원구 지역난방을 쓰는 아파트 4곳을 대상으로 중앙난방이었던 2006년과 지역난방으로 바꾼 뒤인 2008년의 난방요금 평균치를 비교한 결과, 25~29% 요금이 줄어든 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나 송창훈 노원구 주무관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송 주무관은 “요금폭탄에 덴 뒤 보일러를 적게 트니까 난방비가 줄어든 것이지, 중앙난방만큼 보일러를 틀었는데도 요금이 줄어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스에이치공사의 요금 단가가 한국지역난방공사보다 비싼 것도 사실이다. 노원구가 에스에이치공사와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아파트의 난방요금을 비교해보니, 평균 1가구당 연 9만5000원을 더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난방이 쓰레기 소각 등으로 나오는 폐열을 이용해 온수를 데워 각 아파트에 공급하는 구조인데, 실제로는 연료 중에서 폐열의 비율이 20% 미만이고, 나머지는 액화천연가스를 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에스에이치공사 김용준 과장은 “수도권 환경규제 때문에 벙커시유 등을 쓰지 못해 저렴한 연료를 쓰는 한국지역난방공사나 민간기업에 비해 요금 단가가 높다”고 말했다.

터무니없이 높게 나오는 난방비를 줄이려면 아파트 시설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지역난방을 할 경우 가구별로 온수를 균일하게 보내기 위해 가구마다 정유량밸브를 설치해야 하는데, 상당수 아파트가 설치돼 있지 않다. 아파트 단열을 높이기 위해 새시를 교체하거나 새로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에스에이치공사 이병우 시설관리팀장은 “예산이 부족해 새시 교체 등의 요구를 당장 수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내년에 국토해양부의 노후 영구임대주택 에너지 효율화사업 예산을 확보하거나 서울시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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