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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마을 학교에 인조잔디?

등록 2010-12-13 08:57

다양한 학교 운동장 조성 현황
다양한 학교 운동장 조성 현황
청주 샛별초 학부모들
“중금속 물질 위험” 반대
제주 중문·위미초 등은
천연잔디로 계획 바꿔
충북 청주 산남동에 있는 샛별초등학교가 인조 잔디 운동장 조성 문제로 시끄럽다. 인조 잔디의 유해성 논란 때문이다.

10일 오전 학교 주변 아파트 마을 곳곳에는 “생태마을에 웬 인조잔디 운동장?”이라고 쓴 펼침막과 “주민과 학부모 현혹하는 묻지마 인조 잔디 추진 중단!”이라고 적은 홍보물이 붙어 있다.

이곳은 두꺼비 서식처인 ‘원흥이 방죽’을 중심으로 ‘두꺼비 생태공원’이 조성된 도심 속 생태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환경부가 지난해 자연생태 복원 우수 마을로 지정할 만큼 나라 안팎의 생태 연구가와 학생 등이 마을을 찾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일본·캐나다 등 5개국 대학생들이 이곳에서 생태 체험과 자원봉사 활동을 벌였다. 생태공원을 둘러싼 아파트 주민들도 ‘구룡산 땅 한 평 사기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벌여 두꺼비 핵심 서식지를 보존하는 등 생태마을 조성에 힘썼지만 학교가 지난 9월부터 인조 잔디 운동장을 추진하면서 생태마을은 뒤숭숭해졌다.

두꺼비 생태문화관 박완희 사무국장은 “이 마을은 ‘두꺼비’와 ‘생태’가 상징이자 대표 상품이었는데 인조 잔디 운동장 문제가 불거지면서 생태마을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주민들은 찬반 두쪽으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샛별초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해온 ‘다양한 학교 운동장 조성 사업’의 하나로 인조 잔디 운동장 조성에 나섰다. 그러나 주민들과 여러 학부모들은 ‘샛별초 학부모·주민 모임’을 꾸려 인조 잔디 운동장 조성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 3일 학부모·주민 등 1004명의 반대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교과부에 내고 충북도교육청 등에 ‘샛별초 갈등 조정위원회’ 구성과 공개토론회 등을 요청했다.

학교 쪽은 9월 가정통신문을 보내 학부모들의 동의(72.6% 찬성)를 구했다고 하지만, “여러 형태 운동장을 제시하고 고르게 해야 하는데, 인조 잔디 운동장 찬반만을 묻는 설문으로 찬성을 유도했다”고 샛별초 학부모 등은 비판했다.

손현준 충북대 의대 교수는 △중금속·화학 물질에 의한 환경 오염 △고무 충격 흡수재(충진재)의 인체 유해물질 함유 △화상·부상 위험 등 인조 잔디의 각종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과부는 2005년부터 학교 운동장을 새단장하는 사업을 벌이면서 주로 인조 잔디 운동장 조성에 무게를 둬왔다. 지난달 말까지 학교별로 5억원 안팎을 지원해, 전국 학교 1만1387곳 가운데 1663곳(14.6%)의 운동장을 새로 꾸몄다. 이 가운데 인조 잔디 운동장이 1255곳(75.4%)으로 압도적이고, 천연 잔디 운동장은 379곳(22.7%)이다. 올해 초 경남 하동초등학교가 ‘친환경 감람석 흙 운동장’을 조성하는 등 흙(감람석·황토·마사토 등) 운동장도 29곳이 선을 보였다.

샛별초에 이어 인근 성화중, 수곡초 등에서도 인조 잔디 운동장 조성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 영선초등학교는 학부모들이 인조 잔디 운동장을 반대하자 흙 운동장을 조성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제주 중문초, 위미초, 대정중 등에서 인조 잔디 운동장 반대 움직임이 일자, 지난달 3일 인조 잔디 운동장 조성 계획을 백지화하고 2014년까지 해마다 15곳씩 60곳의 학교 운동장에 천연 잔디를 깔기로 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10일 학교 운동장 인조 잔디 공사를 하면서 중국산 자재를 오스트레일리아산으로 속여 39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조아무개(43)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등 인조 잔디 운동장 시공 관련 잡음도 끊이질 않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인조 잔디의 유해성 문제 등이 제기돼,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인조 잔디만 고집하지 않고 천연 잔디, 친환경 흙 등 학교 실정에 맞게 다양한 운동장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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