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액 얼어붙어…경기도, 방역초소 85곳 설치
수도권 동물원에 비상…관람객 상대로 소독도
수도권 동물원에 비상…관람객 상대로 소독도
경기 양주·연천 돼지농장에 이어, 파주시 부곡리 젖소농장에서 구제역 발생이 추가로 확인되는 등 구제역이 경기 북부 전역으로 삽시간에 퍼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에 소독액이 얼어붙어 방역 작업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6일 오전 연천군 구제역 농가로 들어가는 길목에 들어선 방역초소에서는 분무식 소독약 살포기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었다. 영하 10도 아래로 떨어진 강추위에 물로 희석한 소독액이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물과 잘 버무려지지 못한 생석회도 바이러스 차단에 필요한 열을 내지 못했다. 박성윤 경기도2청 축산방역 담당은 “밤사이에는 분무액이 한파로 얼어붙어 가동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박상표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사무국장은 “여름에는 2주 동안 생존하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추운 겨울에는 대변에 묻은 채 6개월 이상 가기도 한다”며 “구제역이 발생하고 나면 철저한 차단 방역과 소독밖에 대책이 없는데, 지금처럼 소독약이 얼어붙는다면 정말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걱정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바람을 타고 육지에서 50㎞, 바다에서는 250㎞까지 날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역당국은 기온이 올라가는 낮 시간대에 소독약을 집중적으로 살포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방역망의 정상적인 작동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도는 이날 양주·연천·파주·포천·동두천·고양 등으로 가는 길목 85곳에 방역초소를 설치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날 양주·연천의 구제역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했으나, 안동지역 것과 일부 차이가 있어 최종 결론을 내리기까지 사나흘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수 농식품부 동물방역과장은 “안동 것의 돌연변이인지, 외국에서 새로 유입된 것인지 당장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바이러스의 외국 유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면적인 역학조사도 동시에 벌이고 있다.
구제역이 경기도까지 확산되자 수도권의 동물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울대공원은 관람객이 구제역에 걸릴 위험이 있는 사슴·염소 등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우리에서 5m 떨어진 거리에 차단 띠를 설치하고 ‘먹이주기’ 같은 프로그램도 중단시켰다. 서울 어린이대공원도 이날 오전부터 구제역 감염 위험 동물의 관람을 중단했으며, 관람객 상대로도 소독 작업을 시작했다.
경기 연천과 경북 봉화 사이에 있는 강원지역도 방역 이동초소를 13개 지역 49곳으로 늘리는 한편, 발생 지역의 수의사나 인공수정사 등의 교류를 차단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연천/박경만 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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