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 위치한 경기남부수퍼마켓협동조합의 공동 도매물류센터 모습.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맞서 ‘개미 슈퍼’들이 공동출자해 세웠으나 최근 비리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남부조합’ 이사장, 근무 안한 딸에 1억 급여
비싼 공급가 회계부정 밝힌 감사·이사 등 제명
이사장쪽선 “일처리 미숙해서 벌어진 일” 해명
비싼 공급가 회계부정 밝힌 감사·이사 등 제명
이사장쪽선 “일처리 미숙해서 벌어진 일” 해명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맞서 ‘동네 개미 슈퍼’들이 십시일반 모아 설립한 경기남부수퍼마켓협동조합이 조합에 근무도 하지 않는 이사장 딸에게 1억1000여만원의 급여를 편법으로 지급하는가 하면, 조합 비리를 제기한 감사와 이사 등을 무더기로 제명하는 등 ‘비리 논란’에 휩싸였다.
20일 경기남부수퍼마켓협동조합 등의 말을 종합하면, 조합 쪽은 홍아무개 이사장의 딸(피아노 강사)에게 지난 2002년 4월부터 2007년 1월까지 4대 보험과 급여를 포함해 모두 1억1223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장 홍씨는 “이사장으로 출근하면서 내 슈퍼에서 대체인력으로 일한 딸의 임금이며, 뒤에 조합원 총회의 추인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합 전 감사 김아무개(48)씨 등은 “이사장 홍씨가 근무하지도 않은 자신의 딸을 조합에 ‘유령 취업자’로 등록해 억대의 돈을 빼돌린 것은 명백한 배임”이라며 수원지검에 고소해, 수사가 진행중이다.
조합은 수원·화성·평택·용인 등의 동네 슈퍼 주인 300여명이 질좋은 상품을 싼값에 공동구매할 목적으로 조합원들의 출자금과 회비로 설립됐다. 취급 품목이 잡화와 과자류, 주류 등 1500여개에 이르고, 연간 매출액이 180억원인 경기남부지역 최대규모의 슈퍼마켓조합이지만, 일부 품목의 공급가격이 시중 대리점보다 높아 원성을 사고 있다.
수원에서 ㄹ슈퍼를 운영하는 이아무개(63)씨는 “롯데 샌드의 경우 대리점에서 유자료 거래를 통해 개당 601원에 공급받지만 조합에서는 51원이 더 비싼 개당 652원에 공급받는다”며 “영세 상인들을 살리자며 조합을 만들었는데 비리투성이에 물건 값까지 높은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조합원들의 출자금과 국·도비 지원을 받아 공동 물류센터를 건립하는 과정에서 몇억원의 회계부정 비리 의혹을 제기한 감사 김씨와 이사 박아무개(52)씨 등은 조합에서 이달 초 제명됐다.
김씨 등은 “조합원 제명은 조합원들의 무기명 비밀투표로 하도록 정관에 규정됐는데도, 총회에 참석하지 못한 다수 조합원들로부터 이름과 찬반 여부를 서면으로 제출받아 제명했다”고 말했다.
장아무개 조합 상무이사는 “이사장 딸의 급여 지급은 일 처리가 미숙해 빚어진 일이며, 잡화 등 일부 품목의 공급 가격이 비싼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무자료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세금을 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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