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주민들 힘모아 동네 살리기 나섰다

장충동 ‘족발·쿠키 사업’…삼선동 ‘장수마을 사업’…
마을 문제점 찾고 특화사업 발굴
중구·성북구 등 공동체 회복 나서

‘삭막한’ 대도시의 시민들이 구청과 함께, 자신이 사는 동네 공동체를 회복하고 마을 경제를 살리는 데 앞장서 눈길을 끈다.

서울 중구 주민 100여명은 21일 오후 구청에서 ‘마을 케어 동고동락 프로젝트’ 성과 보고회를 열었다. 중구와 시민단체 ‘희망제작소’가 함께 추진한 이 프로젝트의 시범지역으로 선정된 회현동·명동·장충동·신당3동·신당6동·황학동 주민들은 지난 8월 말부터 마을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마을이 발전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날 보고회에서는 동네의 문화를 지키면서 이를 지역 경제의 원동력으로 삼는 아이디어들이 제시됐다.

족발로 유명한 장충동 주민들은 ‘족발 쿠키 사업’을 발표했다. 기존에 기초생활보호대상자 및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제과나 제빵교육을 실시하는 과정을 활용해 ‘족발’을 형상화한 쿠키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를 관광상품으로 연결짓고, 장충단 공원과 족발거리 등 동네 곳곳을 여행 코스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밝혔다.

남대문시장이 있는 회현동은 풍부한 상업, 공업, 의료, 학습 자원을 엮어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에 미용·집수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네트워크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또 시장 상인회가 액세서리 제작, 꽃꽂이, 의류수선 등의 일자리를 창출해 동네 저소득층에 우선 제공한다는 사업 구상도 제시했다. 이 동네에 있는 500년 이상 된 은행나무를 마을의 상징물로 삼아 주민축제와 화합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신당3동은 마을의 유래가 됐지만 지금은 폐쇄된 약수터를 복원하고 지하수를 개발해 신선한 약수를 공급하는 사업 계획을 선보였다.

박형상 중구청장은 “4개월간 주민들이 노력한 끝에 차별화된 지역 발전 아이템을 발굴하는 성과를 냈다”며 “주민 스스로 역량을 키워 마을 소득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지역에 환원하는 공동체 수익사업으로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도 최근 두 달간 주민, 구의원,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도시아카데미’를 운영했다. 주민들이 직접 현장답사, 실습을 통해 동네의 도시계획과 지역개발 아이디어, 마을디자인 등을 짜냈다.

10여년 전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성이 낮아 진행이 멈춰 있는 장수마을(삼선4구역) 주민들은 도시아카데미 과정을 통해 마을에 있는 고층 아파트 중심의 재개발보다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마을 공동체를 회복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노인정에 놀이방 같은 아이들 학습공간을 설치하거나, 빈집 등을 공부방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았다.

성북구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장수마을 살리기는 현재 구청에서도 별도의 팀을 꾸려 아이디어를 어떻게 반영할지 논의하고 있다”며 “이달 안에 도시아카데미 1기 활동 보고서를 발간하고 실행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며, 내년 3월부터 2기 도시아카데미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