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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보상금 털어 재기 안간힘…또 찾아온 악몽에 ‘분통’

등록 2010-12-28 20:28수정 2010-12-29 14:58

경기 포천 구제역 발생 젖소농가 ‘그후 1년’
경기 포천 구제역 발생 젖소농가 ‘그후 1년’
올초 구제역 겪은 포천 축산농가 ‘그후 1년’
살처분 뒤 상실감에 우울증도
보상금에 빚더해 소 다시 키워
1년도 채 안돼 또 퍼지자 ‘철렁’
올해 1월 덮친 구제역에 키우던 가축들을 모두 매몰해야 했던 경기 포천시 창수면·신북면 축산농가 45곳 농민들은, 요즘 다시 코앞까지 다가온 구제역 때문에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가까스로 힘을 추스려 재기의 꿈을 키워왔는데, 이번 경북 안동발 구제역이 22일엔 인근 포천시 관인면·일동면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관인면에서 10㎞쯤 떨어진 창수면 오가리의 천진덕(64)씨는 올해 1월30일 젖소 93마리를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했다. 소 보상금 2억2000여만원과 6개월치 우유값 2500만원을 정부로부터 받았다. 농기계 사느라 빌린 농협 대출금, 축사 보수비, 생활비 등으로 보상금은 금세 졸아들었다. 다시 돈을 꿔 8월 초 1억8000여만원으로 젖소 84마리를 재입식해 지금은 75마리를 키운다. 구제역 때문에 젖소는 18마리 줄었고, 이 가운데 젖 짜는 어미소는 40마리에서 32마리로 줄었다. 소득도 그만큼 감소했는데, 또 구제역 바이러스가 주변에서 어른거리고 있는 것이다.

천씨 집에서 3㎞쯤 떨어진 신북면 계류리의 정봉희(65)씨는 1월15일 젖소 77마리를 예방 살처분해야 했다. 소의 보상 등급이 낮아 1억3000만여원을, 6개월치 우유값 2000만원을 보상받았다. 구제역이 잠잠해진 7월 말 보상금 1억3000여만원을 재입식에 투자했는데, 젖 짜는 어미소 27마리와 송아지 26마리만을 사올 수 있었다. 살처분한 소는 평균 200만원에 못 미쳤는데, 재입식할 땐 어미소가 350만원, 송아지도 150만~200만원이나 했기 때문이다. ‘좋은 소’를 들이지 못해 우유 생산량도 하루 1t에서 600㎏으로 줄었다. 거기다 2마리가 결핵에 걸려 손실을 키웠다.

막대한 경제적 손실에 더해, 축산농민들은 자식처럼 키우던 소를 살처분한 뒤 닥친 허탈감과 상실감에 무척 시달렸다고 했다. 천씨는 “30년 간 몸에 밴 대로 아침이면 수십 마리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던 목장에 무심코 젖을 짜러 나갔다가, 텅 빈 목장 앞에서 맥이 빠져 주저앉곤 했다”고 말했다. 우울증을 앓는 이웃도 있다고 했다.

포천에선 올해 1월7일 구제역이 처음 발생해 76일 만인 3월23일 구제역 ‘종식’이 선언됐고, 각종 검사와 시험 사육 등을 거쳐 발생 6개월 만인 7월12일에야 사육 허가가 났다. 농민들은 구제역 이전처럼 정상 가동하려면, 송아지를 사서 어미 소로 키워 그 소가 새끼를 낳아 어미로 성장하기까지 적어도 5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장 소득이 필요한 농민들은 어미소를 사들여올 수밖에 없고, 갑자기 환경이 바뀐 소는 스트레스를 받아 우유도 적게 생산하고 죽는 일도 있다고 농민들은 하소연했다.

포천/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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