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어르신 컴맹탈출 기쁨 ‘일등공신’

원광대 행정전산연구회 회원들이 전북 김제시 성덕면 남포리 마을 주민에게 컴퓨터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 원광대 행정전산연구회 제공

[사람과 풍경] 김제 남포도서관 자원봉사 대학생들
원광대 전산 동아리 60여명
8년째 자매결연 맺고 도와
“가르치면서 오히려 배워요”

시골 농촌마을 노인을 위해 컴퓨터 교육 등으로 8년째 어르신 도우미로 활동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전북 김제시 성덕면 남포리 ‘희망남포 작은도서관’은 주민에게서는 없어서는 안 될 쉼터이자 문화공간이다. 이런 구실을 하기에 이르기까지는 원광대 행정전산연구회 동아리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동아리 회원 60여명은 2003년부터 작은도서관과 자매결연을 맺어 봉사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곳을 찾아 컴퓨터 교육·수리, 도서관 책 정리, 농촌체험 프로그램 도우미 등을 자원했다. 여름방학 때는 컴퓨터 교육·수리를 집중적으로 한다. 학생들의 도움으로 컴맹에서 탈출한 주민들이 많다. 노인들은 손자들과 전자우편을 주고받고, 문서도 작성해 출력할 줄 안다. 슈퍼를 운영하는 강명순(66) 할머니가 대표적이다. 그는 학생들 도움으로 전북 정보화마을 컴퓨터대회에 나가 특별상(2008년, 2010년)을 받았다.

컴퓨터 교육 때 발생한 일화도 많다. 마우스 잡는 게 어색한 노인들은 ‘대학생 선생님’이 단말기에서 다른 창을 열기 위해 최소화 단추를 클릭하라고 했을 때 엉뚱하게도 컴퓨터를 꺼서 다시 부팅하는 실수(?)를 저질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눈 오는 날에도 교육장을 나오는 등 열정은 대단하다.

동아리 회장 장성혁(20·정치행정언론학부2)씨는 “어르신에게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한글2007로 문서를 작성하라는 등 과제를 주었을 때 이를 제대로 해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씨는 “학기중에는 시간을 내기 어렵지만, 컴퓨터를 가르치면서 오히려 배우는 점도 많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작은도서관 책 정리도 돕는다. 1만5000권을 소장한 이 도서관에서 헌책을 빼내고 분야·장르별로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동도서관을 운영하는 이 도서관은 올해 새 차량(35인승)을 구입해 9월부터 운행하고 있다. 그전에는 수작업을 했으나, 지난여름 학생들이 도서목록 전산화작업을 도와 일이 쉬워졌다.

학생들은 작은도서관이 주관하는 들녘 농촌문화에도 도우미 구실을 하고 있다. 도시 어린이를 위한 물고기 잡기, 쌀피자 만들어 먹기, 밤 공포체험 등이 그것이다. 해마다 5월에 열리는 마을축제인 남포들녘 문화축제 때는 행사장 잡일도 마다 않는다.

작은도서관을 맡아 운영하는 시각장애인 오윤택(49)씨는 “8년째 변함없이 마을을 위해 봉사해주는 대학생들이 대견스럽다”며 “이들을 통해 ‘요즘 젊은이는 예의범절이 없다’는 부정적 편견을 없애고 있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