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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범 1명에 미제사건 무려 171건…‘범죄 덤터기’ 뻔뻔한 경찰

등록 2011-01-07 08:30수정 2011-01-07 15:08

절도범 1명에게 미제사건 171건 ‘범죄 덤터기’
절도범 1명에게 미제사건 171건 ‘범죄 덤터기’
회유·협박 못이겨 거짓 인정
미심쩍게 여긴 검찰 수사 덕
항소심서 누명 벗고 ‘집유’
절도 혐의로 구속된 30대에게 경찰이 무려 171건의 미제 절도 사건을 뒤집어 씌우는 이른바 ‘업어 보내기’를 하다 들통났다.

수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김경호)는 6일 절도 혐의로 구속된 뒤 보석으로 풀려난 길아무개(32)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5건만의 절도 혐의를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길씨는 2009년 6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호프집에서 현금 6만원 등 두 차례에 걸쳐 모두 21만원을 훔치고 세 차례는 미수에 그친 혐의만 인정됐다.

2009년 9월21일 길씨를 절도 혐의로 구속한 경기 분당경찰서가 밝힌 절도 건수는 모두 125건이었다. 이틀 전 새벽 분당구 서현역 근처에서 길씨는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로부터 ‘강도 사건 현장 폐쇄회로 텔레비전에 찍힌 범인이 너와 비슷해. 시인하면 집행유예나 (징역) 6개월 살면 나올 수 있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길씨는 대학을 나왔지만 중·고교 시절 행동·정서 장애를 겪었고 ‘도벽’으로 보호처분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강도 용의자보다는 절도범이 낫다”고 여겨 1건을 인정했더니, 상황은 급변했다.

“경찰이 ‘성남지역에서 발생한 절도 미제 사건도 네가 다 가지고 가라’고 했다”고 길씨는 말했다. 범행을 부인하자, 경찰은 ‘너를 꽁꽁 묶은 채 아버지(가 근무하는) 학교와 다니던 직업학교로 끌고 가 망신을 주겠다’며 협박했다고 했다.

평생 교육자로 지내오다 병까지 앓던 아버지(59) 걱정에, 길씨는 125건의 절도 사건을 모두 시인했고 2009년 10월 수원지법 성남지원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경찰의 ‘업어 보내기’는 멈추지 않았다. 1심 뒤 길씨를 찾아온 담당 경찰관은 ‘인천의 절도 사건 1건에서 네 유전자가 나왔다’며 자백을 요구했다. 길씨는 이를 또 시인하고 말았고 인천지역 미제 절도 사건 51건도 추가됐다. 범죄 건수는 176건으로, 절도액도 4700만원으로 부풀려졌다.

항소심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 형사3부 최준호 검사와 임상호 수사관은 길씨의 범죄 혐의의 앞뒤가 맞지 않는 점을 이상하게 여겼다. 임 수사관은 “성남과 인천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10분 차이를 두고 훔쳤다는데, 네가 무슨 홍길동이냐”고 했고, 길씨는 ‘허위 자백이었음’을 털어놨다.

검찰은 길씨가 다닌 충남 공주 직업학교와 주변 피시방 등에서 출석 기록, 피시방 컴퓨터 접속 기록 등을 확인해, 알리바이가 입증된 171건이 길씨와 무관함을 밝혀냈다. 검찰은 길씨의 공소장을 변경했고, 길씨에겐 어려서 저지른 세 차례 ‘잔도둑질’ 전력 때문에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임 수사관은 “당시 길씨를 조사한 분당경찰서 경찰관은 마약사범한테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며 “실적에 치우친 경찰의 ‘업어 보내기’로 억울한 누명을 쓴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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