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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도축 차량 ‘막출입’…바이러스 뿌리고 다닌 셈

등록 2011-01-10 20:09수정 2011-01-11 08:19

구제역 전파 확산 경로.
구제역 전파 확산 경로.
화 부른 ‘후진 방역시스템’
관련 업자에 배달부까지 축사에 들락날락
농장 밖서 가축 넘기고 소독뒤 사료 반입 ‘뒷전’
‘사육·질병관리 기록’ 정부 보고 강제화 필요
이번 경북 안동발 구제역 사태는 ‘사람이 불러온 재앙’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람이 외국에서 바이러스를 들여왔고, 사람을 통해 전국으로 구제역이 전파·확산되는 양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시 와룡면의 구제역 발생 최초 신고는 지난해 11월23일이었다. 경기 파주의 분뇨처리시설업자는 11월14일 와룡면 농가에서 분뇨 샘플을 채취해 파주로 가져왔다. 평소처럼 여러 농가를 돌아다녔고, 분뇨 속 바이러스는 한달 뒤 경기 연천·양주 구제역 확산의 도화선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안동시 와룡면 돼지농가는 구제역 발생 이전까지 원주의 도축장으로 소를 실어보냈다. 오염된 도축장 차량은 경기 여주, 강원 강릉, 경북 영주 등의 소도 운반했다. 강원과 경기 남부로의 두번째 전파 경로로 추정된다. 경북 남부지역으로는 사료 차량이 퍼뜨린 것으로 지목된다. 사료 차량은 지금도 전국의 농장 안까지 수시로 출입하고 있고, 구제역 확산에 결정적 구실을 한 것으로 방역 당국은 보고 있다.

여러 농장을 돌아다니는 도축장 차량이나 사료 차량들이 축사 안에 드나드는 것을 허용하는 선진 방역시스템은 없다고 방역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농장 바깥으로 가축을 끌고 나가 대기중인 도축장 차량에 싣거나, 농장 바깥에서 소독 절차를 거쳐 사료를 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제역이 만연한 지금도 우체부나 가스·석유를 배달하는 사람들은 축산농가를 드나든다. 농식품부는 지난주 사료업체 전면 소독을 위해 이틀 동안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지만, 사전에 주문한 물량의 배달은 평시처럼 이뤄졌다. 매몰처분 현장의 공사 인력은 사실상 방치돼 있다. 오염된 농장에서 일한 이들을 5~7일 동안 격리해야 하는데, 이들에게 일하지 말라고 강제할 수가 없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널리 퍼졌다 하면 막기가 어렵다. 오염 현장과 접촉하는 수많은 사람 모두를 매뉴얼대로 훈련시키는 것도, 감시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평상시의 면역 강화와 질병 예방 말고는 뾰족한 답이 없다는 것이 축산 강국들이 보여주는 교훈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네덜란드와 유럽의 여러 나라들은 축산농가들에 가축이 새끼를 몇 마리 낳고, 몇 마리가 죽었는지, 무슨 약을 썼으며, 매출은 얼마인지 등 모든 사육관리 기록을 정부에 반드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또 농가와 계약을 맺은 수의사가 주치의 노릇을 하면서 가축의 질병 관리를 한다. 소뿐 아니라 돼지와 닭까지도, 모든 성장기록을 담은 인식표를 달아야 한다. 질병이 걸리더라도 조기 감별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다른 농장으로의 확산을 최소화하는 상시 방역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축산에서 분뇨는 만병의 온상으로 꼽힌다. 주요국들은 분뇨를 묻을 땅을 미리 확보하도록 하거나, 이웃 농가와 계약을 맺어 분뇨를 거름으로 내보내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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