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얼간이>(3 Idiots·2009)
전문고 출신 조씨 친구 등
추모 글·개선 요구 잇따라
추모 글·개선 요구 잇따라
“그를 그렇게 내몰았던 상황에 의문을 제기하고 고쳐나가야 합니다.”
지난 8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로봇영재’로 장래가 밝았던 조아무개(20)씨가 입학 1년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한겨레> 1월12일치 10면)이 일어난 뒤, 그와 비슷한 처지인 이들의 추모와 안타까움, 개선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조씨와 함께 2009년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카이스트에 입학한 ㄱ씨(20)는 11일 새벽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신입생을 위한 기초교육인 브리지 프로그램 당시) 제일 열의를 갖고 공부하던 친구였다”며 “하지만 6개월이라는 기간은 3년간을 공부했던 일반계고 학생들보다 턱없이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카이스트가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학생들을 선발할 때 특정 분야에 특출한 학생들을 주목했고, 이들을 ‘진짜 보석’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안타까워했다.
또 거의 모든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지만 학생들은 영어 강의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강의실에서는 자고, 차라리 방에 가서 책을 보며 스스로 이해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학생들 사이에 퍼져 있다는 것이다.
ㄱ씨는 <세 얼간이>(3 Idiots·2009)라는 영화(사진)도 소개했다. “로봇엔지니어를 꿈꾸던 학생이 논문 제출이 늦어 졸업을 못하게 되어 총장을 찾아가게 되는데, 사정을 거듭해도 거절하자 로봇만을 남겨둔 채 자살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어서 그는 “카이스트가 학점이라는 숫자에 얽매여, 미친 듯이 무언가에 매달리는 것조차 지금은 보기 힘들게 되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어떻게 지도하는 것이 세계적인 공학자가 되게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뒤로한 채, (학교 당국은) 더 나아가지 않았다”며 글을 맺었다.
지난 2001년 서울 ㄱ대에 특수재능보유자 전형으로 입학했다는 ㄴ씨는 12일 기자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여러 대회에서 수상했지만 학사경고로 중퇴했다”며 “고교 때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빨리 재능을 발견했지만, 이것이 독이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괴롭다”고 밝혔다. ㄴ씨는 꿈을 포기한 채 회사에 다닌다고 했다.
카이스트는 지난 11일 오후 누리집에 총장·교직원 일동 명의의 추모글을 띄웠지만, 서남표 총장은 외국 출장중이어서 같은 날 치러진 조씨의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전/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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