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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풍경] 의성골 부부의 인재농사 20년 공든탑

등록 2011-01-14 11:46

이은영(맨 왼쪽) 희영장학회 이사장 등 장학회 이사들과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  희영장학회 제공
이은영(맨 왼쪽) 희영장학회 이사장 등 장학회 이사들과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 희영장학회 제공
부부교사로 모은 3억원 털어
충북 학생 339명에 ‘밑거름’
“사회 재목된 아이들 큰 보람”
단재교육상 받은 희영장학회 이은영·최영희씨

충북 청원군 문의면 상장리 의성골에 멋진 여생을 보내는 부부가 있다. 희영장학회를 만든 이은영(75)·최영희(72)씨다.

부부의 집에는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설날만되면 세배객이 줄을 잇는다. 이들이 준 장학금으로 공부한 뒤 자리를 잡은 제자들이다.

“아내가 죽을 맛이지요. 해마다 세배하러 오는 녀석들 때문에 떡국 상을 30~40차례는 차려 낼 겁니다. 이번 설에도 고생 좀 하겠지요. 그래도 그게 사람 사는 맛이지요.” 이씨의 말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부부 교사는 1992년 3월 평생 모은 재산 3억원을 털어 장학회를 만들었다. 부인 이름에서 ‘희’, 남편 이름에서 ‘영’을 따 장학회 이름을 지을 정도로 부부는 금실이 좋다. 1958년 나란히 교사 생활을 시작해 이씨는 1994년 청주 대성여고에서 퇴임할 때까지 36년 동안 영어 평교사로 중·고교생들을 가르쳤고, 부인 최씨는 10년 동안 초등학생들을 가르쳤다. 한범덕 청주시장, 오제세·변재일 국회의원, 김종록 충북도 정무부지사 등은 이씨의 이름난 제자들이다.

이씨는 “가난했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학업을 마치고 교사가 될 수 있었다”며 “은혜를 갚으려는 마음을 늘 지니고 살다가 퇴임이 가까워질 무렵 꼭꼭 숨겨놨던 아내의 퇴직금과 틈틈이 모은 재산을 모두 털어 장학회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종잣돈 3억원에서 출발해 4억원으로 불어난 장학기금의 이자로 해마다 충북 출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중학생 50명, 고등학생 169명, 대학생 120명 등 339명에게 장학금 4억4천여만원을 전달했다. 2004년부터 중학생 지급은 중단하고, 성적이 뛰어나지만 형편이 어려운 고교생(100만원)과 대학생(200만원) 10여명을 선발해 장학금을 주고 있다.

이들 부부의 제자, 장학생 등은 2006년 4월 부부의 뜻을 기려 마을 입구에 송덕비를 세웠으며, 충북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27일 이들 부부에게 ‘단재교육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청주에서 생활하다 2000년 고향 의성골로 돌아온 부부는 집 주변 산에 밤·은행나무 등을 키우며 조용히 살고 있다.


부인 최씨는 “나무가 산과 마을을 지키고, 훌륭한 재목이 되듯이 아이들이 작은 도움으로 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리고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튼튼한 나무를 많이 심어 놓고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 부부가 세상에서 맡은 삶의 몫”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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