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노력 허사로…최대양돈지 김해까지 번져
농민 “정부, 의심신고 있고서야 예방백신 지급” 성토
농민 “정부, 의심신고 있고서야 예방백신 지급” 성토
경북 안동발 구제역 발생 두 달 가까이 청정 보루로 남아 있던 경남지역도 끝내 구제역에 허물어졌다. 이로써 호남과 제주 등을 뺀 전국 대부분 지역이 구제역에 오염됐으며, 통제력을 상실한 방역 당국에 대한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경남 김해시 주촌면 원지리 축산농가 10곳은 24일 하루종일 일손을 잡지 못했다. 돼지 1500마리를 키우는 한 농장주(56)는 “설마설마했는데 구제역이 이곳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다”며 “어젯밤 태어난 새끼까지 땅에 묻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기르는 돼지들을 전날부터 땅에 묻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부 농민들은 정부가 구제역 예방 백신을 늦게 지급한 것을 성토했다. 김해시는 이날에야 14만마리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 한 축산 농민은 “정부가 구제역 발생에 총력을 기울인다고 하더니 구제역 의심 신고가 있고서야 백신을 지급하겠다고 한 것은 사후약방문”이라며 “조금만 더 일찍 백신을 내려보냈다면 자식 같은 돼지를 땅에 묻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역 당국이 총력 사수에 나섰던 김해 양돈단지 한가운데가 뚫리면서, 정부와 자치단체 모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해지역은 부산·경남권 최대 양돈사업자인 부경양돈농협의 근거지로 돼지 19만마리를 집단으로 사육한다. 부경양돈농협은 ‘포크밸리’ 브랜드로 돼지고기를 유통하고 있으며, 부산·경남지역 조합원들의 전체 사육 규모는 85만마리에 이른다. 조성도 김해시 농축산과장은 “구제역을 막으려고 그토록 애써왔는데 힘이 쭉 빠진다”고 말했다.
인근 도축장 2곳도 직격탄을 맞고 이날 잠정 폐쇄됐다. 부경양돈농협의 대형 도축장 2곳이 구제역 발생 농가와 인접해 있어, 같은 도축장을 이용하는 지역 축산농가로 구제역이 확산될 가능성도 우려된다. 도축장의 이동 제한으로 설 대목을 앞두고 돼지고기 공급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남도는 이날 오후 김해시 주촌면 원지리 농가 2곳의 돼지 120마리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이곳에서 500m 안에 있는 종돈장에서 새끼돼지 27마리가 죽었다는 의심 신고가 들어와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남도는 발생 농가에서 반경 500m 안 농가 10곳의 돼지 1만4000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고, 김해지역 농가 134곳의 돼지 14만마리에 긴급 백신 접종을 했다. 김해/김광수 기자, 김현대 선임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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