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앞줄 왼쪽 둘째),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앞줄 왼쪽 셋째), 서울 구청장협의회장인 고재득 성동구청장(앞줄 왼쪽 첫째)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친환경유통센터를 찾아 초등학생 무상급식 식재료로 쓰일 친환경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작년 2270원→올해 2457원
미납 따른 질 저하도 없어져
유상급식 하는 2~3개 학년
식단 같아져 질 ‘상향 평준화’
‘차별없는 사회’ 교육도 기대
미납 따른 질 저하도 없어져
유상급식 하는 2~3개 학년
식단 같아져 질 ‘상향 평준화’
‘차별없는 사회’ 교육도 기대
새학기 ‘서울 초등교 무상급식’ 미리 살펴보니
3월2일 새 학기부터는 전국 229개 시·군·구의 80%에 육박하는 181곳에서 초등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한다. 그 절반인 90곳에선 전면 무상급식, 곧 모든 학년 초등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한다. 서울에서도 국공립 초등학교 547곳의 1~3학년과 또 1개 학년의 어린이 약 32만여명이 무상급식 혜택을 받게 된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의 지지가 확인된 무상급식이 올해부터 각 지자체에서 핵심 교육정책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서울지역 학교 현장에서는 뭐가 어떻게 달라질까?
■ 급식의 질은 ‘상향 평준화’ 무상급식이 본격화하면 급식의 질은 나아질 것이 확실시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8일 학부모·초등 교사 등 1200여명이 참가한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계획 설명회’에서, 학교별로 제각각이던 급식 단가를 올해 2457원으로 통일하겠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지난해 국공립 초교 547곳의 평균 단가 2270원에다, 서울시와 자치구, 학부모 부담의 우수 농축산물 구입 지원액 187원을 더한 것이다. 94%인 514곳의 급식 단가가 지난해 평균보다 오르게 된다.
급식 질 저하를 막으려 교육청은 단가의 77%(1892원)는 식재료 구입에 쓰도록 책정했다. 우유값(330원·13.4%)까지 더하면, 단가의 90% 이상이 아이들 먹을거리에 들어간다. 단가 인상 효과가 급식 질 상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급식 단가를 통일함에 따라, 학교별로 천차만별이었던 단가 차이도 확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해 단가가 가장 비싼 학교는 서초구 ㅅ초교로 2950원, 가장 싼 학교는 금천구 ㄷ초교 1973원이었다. 끼니당 1000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단가 등을 학교들이 결정하다 보니 식재료 구입 방식, 인건비 등이 제각각이었던 탓이다.
올해보다 더 높았던 초등학교 33곳(6%)은 공동구매 등으로 식재료비를 낮추도록 하거나, 인건비를 보조하는 방안을 교육청이 검토중이다.
무상급식이 시행되면 급식비 미납자도 없게 돼 미납 때문에 급식 질이 떨어지는 걸 막는 효과도 기대된다. 지난해 급식비 미납 학생이 가장 많았던 강북지역 한 학교의 영양교사 박아무개(35)씨는 “미납에 대비해 연간 급식예산 총액보다 100만~200만원 적은 금액으로 집행해왔는데, 무상급식 시행으로 이런 문제가 조금 나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일부 학년은 유상급식 무상급식 전면 시행에 반대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지원 예산(695억원) 집행을 거부하는 한, 2~3개 학년 학부모들은 새 학기에도 급식비를 내야 한다. 한나라당 구청장이 있는 서초·강남·송파·중랑구에선 4~6학년이,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들어선 나머지 21개 구에선 4~6학년 가운데 2개 학년이 유상급식에 머물게 됐다. 은평구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 김아무개(26)씨는 “무상급식을 못 하게 되는 학년에선, 여전히 저소득층 학생이 급식비 지원 대상이라는 수치심을 느낄 수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일부 학년이 급식비를 내야 하지만, 절반 이상 학년에 무상급식을 하게 되면서 급식비를 내는 학년 학생들도 무상급식 시행에 따른 혜택이 생길 전망이다. 급식 단가가 2270원인 학교에서 4개 학년에 무상급식(기준 단가 2457원)을 할 경우, 단가가 두 가지인 식단을 따로 조리하고 배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급식시설과 인력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학교의 평균 단가는 2270원과 2457원 사이에서 형성되고, 2개 학년 유상급식의 질이 나아지게 된다. 그래도 부분 무상급식 때문에 학교운영위원회가 급식 단가 상승분을 학부모에게 물릴지를 결정해야 하는 행정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 다양한 교육효과 창출 기대 무상급식 본격 시행이 학교 현장에 가져올 효과는 단순히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부터 인성교육을 비롯한 사회·문화 교육까지 폭넓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서울시교육청은 강조한다. 가정 형편과 무관하게 거리낌없이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는 행위에서 파생되는 교육 효과는 무척 다양하고 풍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무상급식 정책을 자문해온 윤병선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급식은 한끼를 때워주는 연료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학교, 학부모, 영양교사, 농민, 식재료 공급업체 등 모든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을 바꿔나가는 것이자, 무상급식을 통해 먹을거리로 맺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를 가르치는 이른바 전인교육이라는 것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친환경 무상급식 설명회에서 “아이들이 밥 한끼 먹는 것에서부터 차별 없고 눈치 보지 않는 것이 정의와 평등을 높이는 길”이라며 “친환경 의무 학교급식이야말로 단군 이래 최고의 고부가가치 정책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새겼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서울 초등학교 급식단가
전국 학교 무상급식 시행 시 군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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