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경북 군위군 군위읍 군위나들목에 설치된 구제역 방역초소에서 초소 비상근무를 하는 군위군 직원들이 소독액 자동분사기에 얼어붙은 소독액 덩어리를 떼어내 삽으로 치우고 있다.
‘미발병’ 군위 방역공무원
소독액 자동분사기 벽면에 허연 얼음덩어리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삽으로 힘껏 긁어내기를 거듭하자 얼음이 겨우 뚝 떨어졌다. 칼바람이 부는데도 오기윤(43·경북 군위군 기획감사실 직원)씨의 콧등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지난달 31일 오전 군위군 군위읍 중앙고속도로 군위나들목에 설치된 구제역 방역초소에는 소독액 자동분사기에서 얼음을 떼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오씨는 구제역 비상근무조로 편성돼 설날 아침에도 초소를 지켜야 한다. 맏아들인 같은 부서 동료가 차례에 꼭 참석해야 한다는 사정 얘기를 듣고, 둘째 아들인 자신이 근무를 자청한 것이다.
오씨는 “설 아침에 가족들과 함께 있지 못해 미안하지만, 누군가는 초소 근무를 해야 하니 할 수 없지 않으냐”며 웃었다.
군위군에는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 발병이 확인된 이튿날부터 방역초소 5곳이 세워졌다. 군 직원 460여명이 두 달 넘게 하루 3교대로 방역초소 근무를 이어왔다. 강추위에 견디려고 옷차림부터 단단히 준비한다. 내복 2벌은 기본이고, 따뜻한 윗도리에 방한복, 방역복까지 대여섯벌은 껴입는다. 근무자들은 초소를 지켜 서 있기만 하는 게 아니다. 도로가 얼어붙지 않게 하려고 때때로 모래와 생석회를 뿌린다. 차가 드문 새벽에는 소독액 분사 노즐이 얼기 일쑤다. 주전자에 물을 끓여 기계를 녹여줘야 한다.
초소 근무가 끝나도 일상 업무는 그대로다. 낮에 초소에서 몸을 떨다가 군청으로 돌아와 쌓인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다. 이들 덕분인지 군위군은 지금까지 구제역을 잘 막아내 ‘청정 군위’라는 말을 듣고 있다. 오씨는 “애초 매몰팀에 편성돼 있었는데, 매몰작업까지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방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 연휴에도 공무원 2만3600여명이 전국 방역초소 2500여곳을 지킬 예정이다.
군위/글·사진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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