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 따른 유해 야생동물 포획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0일께 경기 시흥시 장현동의 야산에서 한 수렵사가 까치 포획에 나섰다. 사진 독자 제공
강화·시흥·안산 등 한전에 까치 포획 허가
수렵사 야산·축산농가 활보로 방역 구멍
수렵사 야산·축산농가 활보로 방역 구멍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의 수렵장이 문을 닫고 구제역 발생 우려 지역에 대한 통행 제한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내려지고 있는데도, 인천·경기지역 일대 야산에서 야생동물 포획이 버젓이 이뤄지는 등 방역에 ‘구멍’이 뚫렸다. 특히 일선 자치단체들은 한국전력공사에 예년과 달리 두 달 앞당겨 까치 포획 허가를 내주었다가, 뒤늦게 바이러스 전파 위험 때문에 포획 자제를 요청하는 등 허둥대고 있다.
7일 인천·경기도내 자치단체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전력공사는 지난달 각 자치단체에 유해 야생동물 포획 허가 신청을 내 5월 말까지 허가를 받아 까치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인천시 강화군은 지난달 10일부터 오는 5월31일까지 까치 포획 허가를 한전에 내주었으며, 경기도에서는 시흥·안산·화성시가 각각 까치 포획 허가를 한전에 내주었다. 시흥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3∼5월에 까치 포획 허가를 내주었으나 실적이 1000여마리에 그치자 한전이 올해는 1월로 포획기간을 앞당겨 신청해 허가했다”고 말했다.
한전은 시·군별로 5∼7명씩 엽사들을 추천받아 까치 포획에 나서는데, 까치 1마리당 엽사에게 지급되는 포상금은 4000원 안팎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라니 등 일반 야생동물의 포획 허가도 이뤄지고 있다. 강화군 관계자는 “농작물에 대한 피해 때문에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 포획 허가 신청이 들어와 허가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방지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일선 곳곳에서 방역에 구멍이 뚫리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화호 생태지킴이 최종인씨는 “말로만 예방이지 소독도 하지 않은 차량들과 수렵사들이 합법적으로 도내 곳곳의 야산은 물론 축산 농가 인근까지 활보하고 있다”며 “특히 포획 허가는 피해를 확인하고 내주도록 돼있는데 1∼2월에 무슨 농작물 피해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일선 시·군들은 뒤늦게 포획 허가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포획 자제 요청에 나섰다. 안산시는 지난달 26일 한전 화성지점에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 따른 유해 야생동물 포획 자제 요청’ 공문을 보냈으며, 시흥시와 인천 강화군도 한전 쪽에 포획 자제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지난달 17일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 따른 철새 도래지 관리 철저’ 요청을 일선 시·군에 지시했을 뿐, 곳곳에 뚫린 방역 구멍에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한편 한전 경기본사 관계자는 “매년 초 까치 포획을 하는 것은 전주와 전선에 지어진 까치집 때문에 정전이 발생할 경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처로, 관련 절차를 준수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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