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실어나르고…돼지저금통 깨고…무료치료 해주고…
작년에 후원 3배로…2695건
“기업 줄고 서민 기부는 늘어”
작년에 후원 3배로…2695건
“기업 줄고 서민 기부는 늘어”
신홍식(58)씨는 1999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다달이 20㎏들이 쌀 20포대씩을 내놨다. 신씨는 해마다 쌀을 늘려 최근에는 다달이 쌀 60포대(시가 228만원)를 대구 달서구 지역의 홀몸노인, 장애인 가정을 직접 방문해 전달하고 있다. 달서구 월성동에 산다는 한 부부는 해마다 10월이면 1년 동안 꼬박꼬박 모은 돼지저금통을 들고 달서구청을 찾아온다.
달서구는 7일 “지난해 한 해 동안 이런 후원금과 후원물품 2695건 12억4300만원 상당을 지원받아 공동모금회를 통해 106개 단체와 어려운 이웃 2만2400여가구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2009년에는 854건에 11억6100만원이 모였지만 1년 만에 후원건수는 200%, 금액은 7%가 늘어났다.
계명대 유아교육과 학생 3명은 다달이 1인당 1만원씩 모은 3만원을 전해 오고 있다. 달서구는 “학생들의 뜻을 살려 이 기부금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돕는 데 보태 쓰겠다”고 밝혔다. 달서구 주민생활지원과 이선미 행복나눔센터 팀장은 “경기침체 때문인지는 몰라도 기업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후원은 줄어들었지만 평범한 시민들의 소액기부는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기부금을 내는 방법 외에도 이웃돕기는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계명대 몇몇 교수들은 미술과 음악을 무료로 지도하고, 의사들의 무료진료도 눈에 띈다. 또 문화활동에서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공연입장권을 공짜로 나눠주는 공연기획사들도 적지 않다. 저소득층을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전달해주는 대학생들의 흐뭇한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달서구에는 돈이 없어 학원에 다닐 형편이 안 되는 저소득층 자녀들에게 수강료의 50%를 깎아 주는 사설학원도 96곳이나 된다. 한식집과 패밀리 레스토랑 등 음식점 8곳은 외식을 자주 할 수 없는 이웃들을 위해 식당 이용권 570여만원어치를 선뜻 내놓기도 했다.
곽대훈 구청장은 “지역경제가 좋지 않아 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나 기부문화는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며 “시민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맞춤형 후원사업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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