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빗물 배수터널 개념도
서울시, 침수대책 발표…환경단체 “과잉 토목공사” 실효성에 의문
지난해 추석 연휴 때 내린 집중호우로 광화문광장이 침수되는 물난리를 겪었던 서울시가 광화문 일대에 빗물을 흐르게 하는 ‘지하 터널’을 설치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등 지난해 집중적인 수해를 겪었던 시내 수해 취약 지역에 대해 기습폭우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기후변화대응 침수피해 저감대책’을 8일 발표했다.
우선 2013년까지 320억원을 들여, 지하 40m 이상 깊은 땅속에 지름 3.5m, 길이 2㎞의 ‘대심도 빗물 배수터널’을 백운동천과 옥류동천이 있는 종로구 통인동에서 청계천이 있는 중구 삼각동까지 ㄴ자 모양으로 연결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비가 오면 백운동천의 물이 지대가 낮은 광화문네거리로 몰리고 중학천에서 나오는 물과 합쳐져 청계천으로 흘렀기 때문에,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질 경우 광화문광장이 침수됐다. 이번에 빗물 배수 터널을 설치하면, 백운동천의 물이 광화문광장을 통하지 않고 청계천으로 직접 흐르게 된다. 이 배수터널로 배수 능력은 시간당 75㎜의 빗물을 소화할 수 있는 10년 빈도(10년에 한번 발생하는 최대 강우량)에서, 시간당 102㎜까지 가능한 50년 빈도로 늘어난다고 시는 설명했다.
또 지난해 광화문네거리 침수 원인으로 지적된 C자형 지하수로에는, 6월까지 직선 형태의 하수관로를 새로 설치해 하수 처리량을 늘리기로 했다. 이를 포함해 시내 빗물펌프장 40개의 시설용량을 10년 빈도에서 30년 빈도로 늘리고, 빗물저류조 22곳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2014년까지 6693억원을 투자해 침수 피해에 대비할 계획이다.
그러나 광화문 일대에 대형 배수터널을 설치하려는 서울시의 방침에 대해 환경단체 등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이날 논평을 내어 “지난해 광화문광장의 홍수 원인은 과도한 도로포장으로 물이 빠지지 않는 면적이 늘어나고, C자형 수로 등 하수관거 관리 불량이었다”며 “320억원을 들여 도입되는 ‘대심도 터널’은 과잉대응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하수위 보존, 빗물 재이용, 물생태계 건전화 등 서울시 물순환시스템 개선을 위한 큰 비전 없이 홍수를 막기 위해 단편적인 토목공사만 나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국가상징거리라는 광화문 일대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교통통제를 하며 하수관로를 묻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배수터널을 도입한 것”이라며 “곧 배수터널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