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충남 아산 삼성전자 탕정사업장에서 투신 자살한 김주현씨의 주검을 검안한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응급의료센터 임상기록. 오른쪽 아래에 “우울증” “suicide(자살)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는 문구가 보인다. 반올림 제공
“관리요원이 ‘우울증’ ‘자해시도 여러번’ 병원에 진술”
김씨 주검 한달째 냉동고에
“관리소홀 회사책임 인정을”
김씨 주검 한달째 냉동고에
“관리소홀 회사책임 인정을”
지난달 11일 충남 아산 삼성전자 탕정사업장 기숙사 13층에서 떨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주현(25)씨 사건(<한겨레> 1월13일 보도) 이 일어난 지 한달이 지난 가운데, 삼성 쪽에서 사건 직후부터 김씨의 잇단 자살 시도와 우울증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10일 <한겨레>가 입수한 김씨의 시체검안서와 응급의료센터 임상기록을 보면, “우울증” “suicide(자살)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함(구조대 진술)”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해당 문서를 작성한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김아무개 교수는 “삼성 쪽 방제요원과 직원 여러명이 응급실에 와서 ‘자해를 여러번 시도했다. 우울증이 깔려 있었다’는 말을 나를 포함한 의료진에게 했다”며 “사망 원인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였기 때문에 임상기록에 적은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노동자의 인권과 건강지킴이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에서 처음부터 김씨의 자살 시도와 우울증을 알고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삼성은 줄곧 ‘자살 방조’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낸 김칠준 변호사(법무법인 다산)는 지난달 아산경찰서에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에서 “사고 당시 안전·방제업무 관계자들 및 기타 관리자들의 업무 처리에 어떠한 과실이 존재하는지에 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그동안 유족들은 “김씨가 사건 당일 새벽에 무려 4차례나 13층으로 올라가 자살 시도를 했는데도, 삼성 쪽 방제요원들이 적절한 조처 없이 김씨를 6층 방에 데려놓기만 해 결과적으로 자살을 방조했다”는 주장을 해왔다. 김씨가 지낸 기숙사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기록을 보면, 김씨는 사고 당일 새벽 4시22분과 5시55분, 6시22분과 44분 자살 시도를 했다. 특히 두번째 시도 때 김씨를 발견해 6층 방으로 인도한 방제요원들은 불과 1~2분 만에 철수해버렸다. 이후 김씨는 13층으로 다시 올라가 몸을 던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김씨가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했다는 유족들의 주장과 달리 일부 초과근무가 있기는 했지만 자주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회사 쪽의 과실을 인정하거나 유족들에게 공개사과를 하기엔 불분명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유족들의 진정에 따라 김씨가 근무했던 삼성전자 천안공장에 대해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김씨의 아버지 김명복(56)씨는 9일 반올림 누리집에 글을 올려 “차라리 세상을 살아오면서 죄 많이 지은 아버지인 저를 (하느님께서) 먼저 데려가셨어야 한다”며 “삼성전자는 주현이의 죽음에 공개사과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어머니 송치화(56)씨도 같은 날 안희정 충남지사의 누리집에 쓴 글에서 “삼성전자가 개인의 목숨을 소중하고 고귀하게 생각하고 행동했더라면 주현이는 지금 곁을 지키고 있을 것”이라며 “차가운 안치소 냉장고에 편히 눕지도 못한 채 있는 주현이와 저에게 힘을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한달째 병원 냉동고에 누워 있는 김씨의 주검은 몸 곳곳이 검게 변해버린 상태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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